다양한 재배작물이 특징인 오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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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재배작물이 특징인 오정리
  • 김춘미
  • 승인 2006.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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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 있는 차령산. 산이 겹겹이 겹쳐있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산의 형세가 예쁘고 친근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 오동나무 정자가 있었다하여 오동정이 또는 오정(梧亭)이라 불리었던 오정리.

보은읍에서 국도 25번을 따라 회인 방향으로 가다가 비림박물관(과거 동정초) 맞은편에서 좌회전해 고개를 하나 넘으면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대하는 풍경이 늘 신선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오정리는 버스에서 내려 경치를 구경하며 거닐고 싶을 만큼 주변 산이나 들이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선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농작물이 심어져 있거나 땅이 일궈져 있는 산 아래 펼쳐진 농경지를 보며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의 수고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정리의 들녘은 부지런한 주민들의 손길, 발길로 새 생명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산길을 조금만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곳 오정리. 41가구 90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전형적인 시골마을로 4개의 산 즉, 동쪽에는 항건산, 서쪽에는 차령산, 남쪽에는 피난봉, 북쪽에는 염통산이 마을을 보호하고 있는 형상을 갖추고 있다. 산들이 예쁘고 안정감 있어 그 아래 자리한 마을도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풍긴다.

마을자랑비에는 ‘당시 경주 김씨 되는 분이 피난을 왔다가 정착하여 산 것이 시초라 하며 구한말에는 소심 김 선생과 만운 최 선생 등 이름난 유학자가 태어나기도 하였다’고 적혀 있다.

마을 봉사자로는 우정제(50) 이장과 이동훈(75) 노인회장, 손동윤(46) 새마을지도자, 김은순(46) 부녀회장이 있다.

# 좋은 토양과 넓은 농경지
오정리는 옛날부터 농경지의 토질이 좋아 농사가 잘 되었다고 한다. 특히 토양에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대부분 검은흙으로 되어 있다.

지대가 높고 낮은 두 곳의 논을 하나로 합해 넓히는 작업을 할 경우 높은 지대의 논에 있는 흙을 파내게 된다. 그럴 때면 동쪽에 인접한 교암리에 있는 흙 공장에서 오정리 흙이 좋다보니 직접 작업을 해 흙을 가져가고 주민들은 그 덕분에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오정리는 갈골, 개탕골, 꽃밭날, 분터골, 뽕땅골, 불탕골, 시구터, 오리골, 재양골, 절골, 터골, 날근터 등 골짜기가 많은 것이 또 하나의 특색이다. 그 골짜기마다 상상 외로 농경지가 많다. 우정제 이장은 사람들이 보고 "이런 곳에 이렇게 넓은 농경지가 숨어 있네"하며 다들 놀란다고 말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경사지나 휴경논 등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이 생겨 농경지가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전답의 비율이 거의 비슷했었으나 작고 수렁논이라 경작하기 힘든 골짜기 논 등을 경사도 완만히 하고 면적도 넓혀 밭으로 활용해 지금은 답이 전보다 더 많아졌다.

이농현상 등으로 주민수가 줄기 전 100가구 이상이 살 당시에는 그만큼 일꾼도 많았지만 지금은 사람 수는 줄어든 반면 가구당 경지면적은 늘어났다고 한다. 떠난 사람들이 경작하던 토지를 남아 있는 적은 인원이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정리에는 큰 규모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많다.

# 재배 작물의 다양성
오정리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다양하다.
담배농가가 2호로 각각 18단, 24단을 재배하며 그전보다 땅 포장이나 농기계가 좋아지고 포장 방법이 개량돼 일하기가 많이 수월해 졌다. 오이농가는 3호로 2, 30년 전 그 일대에서는 오정리에서 오이 농사를 처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이 중 한 농가는 오이뿐 아니라 양배추 등 다른 채소도 같이 경작한다. 오정리 새마을지도자인 손동윤씨는 오랫동안 더덕 농사를 지어 왔으며 현재 수한면에 있는 더덕농가와 속리산더덕작목반을 운영하고 있다.

인삼 농사는 20년 전 외부 인들이 와서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한 농가가 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외부인인데 토질이 좋아 농사가 잘 된다고 했다.

또한 찰벼작목반이 10호, 보리작목반이 5호로 들녘에 심어져 있는 새파란 보리를 볼 수 있었다. 이 외에 조경수, 도라지도 재배되고 있다. 과수(배)농가도 있었으나 폭설피해를 입어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전체 41호 중 농가가 23호, 비농가가18호 정도며 연세가 지긋한 노인들은 고추 등 2,3000평가량의 소규모 경작을 하고 있다.

많은 경지면적을 가진 사람은 그에 맞는 작물을 선택하고 적은 땅을 가진 사람은 적은 수확으로도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해 농사를 짓는다.

젊은 사람들은 대규모 경작으로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관된 것이 아닌 다양성을 가진 다는 것은 주민들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자기만의 특색을 살려 농사를 짓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주민들에게서 신선한 농민의 모습과 밝은 농촌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 휴경논 공동경작
작년까지만 해도 오정리 주민들은 휴경논 공동경작으로 협동심과 친목을 다져왔다.
부녀회에서 2년 노인회에서 2년 정도 휴경논을 경작해 그 수익금으로 겨울철 마을회관 연료비를 충당하고 수확한 쌀로는 주민들 식사를 준비하는데 사용했다.  오정리 주민들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음식을 마련해 마을회관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는 등 휴경논 경작은 마을 살림을 꾸려 가는데 큰 도움이 되어왔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임대가 돼 올해는 할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힘을 모아 어떤 일을 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정리 주민들의 휴경논 공동 경작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슴 따뜻한 일로 전해져 왔다. 무엇이든 함께 하고 나누는 미덕이 마을공동체를 유지해가는 힘이며 이것을 실천하는 주민들이 있기에 오정리 마을이 작지만 깊은 인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오정리는 식수 사정이 많이 안 좋았었다고 한다. 물이 억세 사용하는데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으나 다행히 2년 전 공동 상수도를 설치해 지금은 물도 좋고, 양도 많아 주민들이 무척 좋아하고 있다.

식수 문제로 개선점이 요구되는 마을이 여러 곳 있는데 그 마을들도 하루 속히 문제점이 해결돼 수도꼭지를 트는 일이 즐거운 일이 됐으면 좋겠다.

# 농로포장이 가장 시급한 문제
우정제 이장은 거실에 마을 지적도를 붙여놓고 필요할 때마다 본다고 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마을 곳곳에 골짜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보니 수로나 농로 포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농경지가 크기 때문에 농기계나 차를 활용해야 하는데 비만 살짝 와도 땅이 질어서 다니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농로 확포장을 했다고 하나 그것은 일부만 그럴 뿐 다른 곳은 아예 비포장이거나 길이 한쪽만 포장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비가 온다고 일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비를 맞고서라도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작업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함이 더한다.

사업비가 한두 푼 드는 일이 아니기에 당장 어떠한 확답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만큼 농촌에서 더 시급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간혹 어떤 이들은 시골에 와서 농로가 시멘트 길로 포장된 것을 보고 시골에서 흙길을 밟으며 낭만을 느끼는 재미를 빼앗아 갔다며 왜 그 좋은 흙길을 덮어버렸냐는 둥 어리석다, 이해가 안 간다, 비판을 하기도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농민들의 처지를 이해한다면 섣부른 판단을 금물이다.

현대사회에서 길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관광 상품이 될 만한 가로수를 심어 특색 있는 길로 만들기도 한다. 농로가 단순히 시멘트 길이 아닌 마을을 대표하는 것, 관광 상품이 될 수는 없을까. 몽상가다운 엉뚱한 상상을 해보지만 그래도 미련이 조금은 남는다.

오정리 주민들은 광장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마을회관 옆에 있던 정미소를 헐고 주변 집터를 매입해 광장을 만들려는 것이다. 면에서 사업비 2000만원을 지원받아 시행할 계획이다. 건물 철거 비용과 토지 구입비를 제외하고 남는 금액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여유 있는 자금 사정은 아니겠지만 주민들이 바라는 공원이 예쁘게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정리는 규모는 작고 소박하지만 마을 곳곳에 소중한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동서남북 4개의 아름다운 산과 그 능선이 만들어내는 마음을 감싸 안는 예쁜 경치 그리고 다양한 농작물이 심어져 있는 자랑스런 농경지, 물이 풍부해 농업용수로 쓰이고 있는 수문억 골짜기에 있는 소류지 등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자연과 더불어 저마다의 개성으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오정리 주민들.
가만히 산을 바라보고 들녘을 바라보고 마을을 바라보고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떠올리면 어렴풋이 시 한 편이 마음을 울리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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