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승면 송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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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면 송죽리
  • 김춘미
  • 승인 2006.04.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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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원남, 영동 방향으로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진 소나무 숲이 눈에 띈다. 그곳이 바로 대나무와 소나무가 많은 곳. 송죽리(松竹里)이다.

대나무는 너무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춰 현 주민들 중에는 대나무가 있던 마을을 뚜렷이 기억하는 사람이 없었으며, 소나무는 예전의 규모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송죽리의 유래를 짐작케 할 정도로 그 모습을 찾아볼 수가 있다. 강인향(55) 이장의 말로는 어릴 때만 해도 송죽 초등학교 일대가 전부 소나무로 둘러싸여 장관을 이룰 정도로 마을에 소나무가 많았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나무 밭이었던 곳을 농경지로 만드는 바람에 나무를 베어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솔숲은 삼승면 선곡1구가 고향인 최태화 씨의 개인 소유로 송죽초등학교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위해 숲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솔숲은 학생들에게 좋은 자연학습장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송죽리를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송죽리는 자연마을인 새터와 납식이, 점말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은 삼승면의 관문으로 새터와 납식이 사이로 19번 국도가 그리고 새터와 장승배기 앞으로 천남~거현간 12번 군도가 2차선으로 포장되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맨 처음 조상들이 터골에 터를 잡고 살았으나 마적 떼의 횡포가 너무 심해 지금의 새터로 이주를 해온 것이라고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터골에는 지금도 땅을 파면 기왓장 조각이나 주춧돌 등이 쉽게 발견되며 기왓장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그 당시 주민들의 살림살이가 부유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송죽리 마을 봉사자로는 강인향(55) 이장과 이철기(73) 노인회장, 박재수(47) 새마을지도자, 임천순(62) 부녀회장이 항상 마을을 위해 애쓰고 있다.

# 오랜 숙원이었던 마을 회관 건립
송죽보건진료소 옆에 자리한 송죽리 마을 회관은 작년 9월에 건립한 것으로 주민 모두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마을회관을 짓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으나 강인향 이장의 적극적인 노력과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 덕에 타 마을 부럽지 않은 번듯한 마을회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부지를 확보하는 데에 있어 타지에서 생활하는 황정상씨와 송죽지구 보건진료소 소장으로 있는 정기주씨가 땅을 희사해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정말 값진 것은 내 손으로 구하는 것보다 남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 회관 안에는 부녀회원들이 기부한 성금 500만원으로 마련한 싱크대며 대형 냉장고 외에 각종 주방용 집기 등이 마을 애경사에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하게 준비돼 있다.

송죽리 부녀회는 10여 년 전에는 농지를 구입해 회원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 거기서 나는 수익금으로 기금을 적립했다고 한다. 지금은 마을 애경사에 참여해 일해주고 받은 수고비나 회비로 부녀회를 꾸려가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을 마을을 위해 선뜻 내놓는 회원들의 고운 마음씨가 회관 안에 가득한 작은 그릇 안에도 수북이 쌓여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마을회관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들을 사기 위해 주민들 개개인이 기부한 성금만해도 상당액에 달한다고 한다. 주민들의 고향 사랑이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다.

회관 부지로 쓸 땅을 희사해준 황정상씨는 마을에 사는 육기순(72)씨의 시숙으로 육기순씨가 자발적으로 회관 관리를 맡아서 해주는 덕분에 마을회관이 항상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더 자주 찾는 듯 하다.

# 삼승면을 대표하는 사과재배 시발지
송죽리는 삼승면을 대표하는 사과 재배를 처음으로 시작한 곳이다. 그래서 사과작목반 회원들은 이 점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일제 강점기 때 송죽리에 사과나무가 1만 800여 평 있었으나 10년 전에 나무가 너무 오래돼 캐냈다고 한다.

70년대 중반 삼승면에 사과 단지를 조성할 당시 일본에서 후지 사과(지금의 부사) 묘목과 농법을 수입해 그때부터 본격적인 사과 재배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송죽리 사과작목반(반장 이영기)은 사과농가 21호로 구성돼 있으며 이중 배 농사를 겸하는 농가가 8호 정도 된다고 한다. 농가당 경작면적은 평균 3500평 이상이다. 이영기 반장을 중심으로 한 회원들은 매달 한 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사과 농사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공유하며 갖가지 계획을 세우는 등 한 배를 탄 사람들처럼 한 마음 한 뜻으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다.

작년에는 송죽리 사과작목반이 생산한 사과가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개인이 아닌 작목반이 공동으로 받은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한다. 이영기 반장이 많은 애를 쓰고 회원들이 뜻을 같이해 이 같은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마을의 주 소득원인 사과와 배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게 돼 앞으로 거는 기대가 더욱 높다.

이는 송죽리나 삼승면 뿐 아니라 보은군 전체의 영예이기도 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빛을 본 친환경 농법이 작목반 회원들에게 좋은 결실을 맺어줘 꾸준히 높은 소득을 올리면 좋겠다.

삼승면에서 사과재배의 시발점인 곳 송죽리. 그곳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사과 농사를 짓는 작목반 회원들의 긍지가 올해도 사과나무에 주렁주렁 달리길 기대한다.

# 역사 깊은 천주교 송죽 공소
1898년 광무 2년에 송죽리에서 옹기공장을 운영했던 정학서와 옹기점을 운영했던 김순배, 사립학교를 운영했던 황토말 기만동이 정학서의 집에 공소를 차리고 미사를 드린 것이다.

송죽 공소는 교세가 확장되고 하개 공소 개설을 후원하는 등 당시 지역에서는 가장 큰 공소였으며 개인 집에 공소를 차린 군내 가장 오래된 공소이기도 하다.

현재 공소에는 100여명의 교인들이 있으며 예전보다 많이 활성화 됐다고 한다. 강태경(64) 회장을 주축으로 매주 일요일 공소 예절을 올리고 있으며 한달에 한 번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보은 성당 신부님이 와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납식이에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는 송죽 공소는 교인이건 아니건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장소로 받아들여진다.

#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마을
62가구 167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송죽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구 수와 주민 수에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다른 마을 같은 경우 주민들이 현저하게 줄어 마을이 쇄락해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 해야 하지만 송죽리는 항상 그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그것도 마을에는 크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송죽리는 면소재지가 아니면서도 각종 기관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다. 송죽초등학교를 비롯해 보건진료소, 농협지소가 있으며 정미소도 2개나 있다. 마을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이모저모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 같다.

송죽지구 보건진료소는 송죽리 외에 선곡리(3개리), 둔덕리(2개리), 우진리 이렇게 7개 마을 주민들이 애용하며 정기주 소장은 20여 년 전 처음 근무를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송죽리 보건진료소를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그러나 진료소가 너무 낙후돼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사게 한다. 다행히 신축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 많은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정 소장의 편안한 일터가 돼주는 보건진료소로 새롭게 탄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죽 지소는 주민들의 발길이 많이 닿는 곳 중의 하나이다. 만날 사람이 있으면 지소 가면 만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만큼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며 마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 마을에 있는 사람들이 가족처럼 나누고 도우며 산다는 것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값진 행복이다.

송죽리 주민들이 꼭 이루고 싶어 하는 숙원사업으로는 마을회관에 2층을 올려 찜질방과 운동기구를 마련해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공사비를 마련 중에 있으며 언젠가는 주민 모두가 소원하는 멋진 마을회관이 되리라 믿는다.

마을 회관 방 한쪽 벽에 출석표까지 만들어놓고 보건진료소에서 하는 걷기며 요가 등 운동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여하는 주민들을 볼 때 건강관리실은 필히 있어야 할 듯 하다. 순조롭게 일이 진행되어 하루빨리 주민들의 바람이 현실화되길 바란다.
늘 푸르고 곧은 소나무와 대나무를 닮은 송죽리 주민들이라면 꼭 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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