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탐방-회남면 사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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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탐방-회남면 사음리
  • 김춘미
  • 승인 2006.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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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바랜 호수의 물결이 아직 잠들지 않은 곳 사음리(어부동)
사음리는 중심마을인 사음골(마름골)과 마을이 새로 형성된 새동네, 어부들이 많이 살았다는 어부동(원어부동)으로 형성되었다. 본래 자연마을 명으로 한 개의 마을이 어부동이었지만 지금은 사음리 전체를 어부동이라고 부른다.

보은에서 청주방면 25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왼편에 대전으로 넘어가는 571번 지방도가 나온다. 그 길로 접어들어 회남대교를 건너 오른편으로 보이는 산수리로 내려가 지방도 밑으로 뚫린 굴다리를 통과하면 작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이 바로 원조 어부동인 셈이다. 그러나 마을 규모가 작아지면서 마름골, 새동네, 어부동을 합한 사음리 전체를 어부동이라 부르고 있는 것. 인근에 있는 대전 지역에서는 어부동을 회남이라고 여길 만큼 인지도가 높다.

80년 대청댐 담수로 사음골 동남쪽에 있었던 마을인 감탄동이 수몰된 것을 비롯해 기존의 마을도 일부가 수몰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수몰 전에는 사음리가 1·2구로 나뉘어져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으며 원어부동만도 100호가 넘었었다고 한다.

현재 27호 40여명의 주민이 어부동을 지키고 있으며 김진문(56) 이장과 김원식(80) 노인회장, 김기석(58) 새마을지도자, 백분예(68) 부녀회장이 마을일에 앞장서고 있다.

# 풍요로웠던 어부의 마을
설날을 보내고 찾아든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어부동을 방문한 3일에도 풀릴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배 몇 척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어부동의 선착장은 황량하기까지 했다. 겨울이라 그렇게 보이는 면도 있었겠지만 “배만 있지, 이제는 고기를 잡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김 이장의 말을 듣고 난 터라 그런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10여년 전만 해도 선착장을 이용하는 회남면민의 수는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 만큼 많았으며, 하루에 한 사람이 고기를 잡아 백만 원 가량의 큰 수입을 올릴 정도였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고기 풍년’이었던 것이다. 어종 중에서는 쏘가리가 가장 많이 잡혔다고 한다. 그 당시 양어장이 14개에 횟집도 많아 오고가는 손님들이 줄을 이었으며 그들을 상대로 한 상권이 크게 형성되기도 했었다. 그런가 하면 어부동 일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마을에 세 들어 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는 해는 내일이면 다시 뜨기 마련인데 과거의 번성이 떨구고 간 황홀한 시간들은 어찌된 일인지 씁쓸한 여운만 남긴채 돌아올 줄을 모른다.

시끌벅적,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어부동의 선착장에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닿을 일이 없는 것이다. 한 잔 술을 기울이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는 주민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은 이미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어부동 주민의 말에 따르면 대청댐에 배스(큰입우럭)가 이식되고 난 이후부터 쏘가리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배스가 쏘가리 알을 잡아먹는 것을 원인으로 들었다.

배스는 물풀이 무성하고 바닥이 모래로 덮인 호수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로 성질이 흉포하여 공격적이며 다른 어종을 해치기 때문에 민물의 폭군 또는 민물의 상어라고 불린다.

이 밖에 잡종 고기의 출현과 수질 오염 등이 사람들을 하나둘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되었다.

대청댐은 상류지역의 경사가 완만해 아래쪽 물이 섞이지 못하고 갇혀 있는 상황이라 깨끗한 수질 환경 유지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고 있다.

# 출향인의 따뜻한 관심이 전해지던 곳
농경지가 수몰되기 전에는 회남면에서 추곡수매를 가장 많이 할 정도로 벼농사를 많이 졌었다고 한다. 주민들의 교육열도 높아 자손들 중 국가의 주요 직책을 맡는 인물이 여럿 나오기도 했다.

80년대 중반 김진문 이장은 출향인들에게 마을 발전을 위해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 결과 고향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모이고 모여 마을발전기금으로 무려 1천여만 원이 모금된 것이다. 그래서 안길도 포장하고 샘도 개발해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그 외에 출향인의 도움으로 시멘트를 지원 받는 등 먼저 나서서 도움을 줄 것이 없나 살피고 고향일에 적극 나서주는 출향인들의 마음이 넓은 호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전 일이긴 하지만 어부동은 아직도 그들의 고향이다. 이제 고향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한 번쯤 다녀갔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보고 싶은 얼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타동네에 농경지를 마련 농사를 짓고 있으며 배, 복숭아 등 과수 농가가 4가구 있다. 어부동 주변의 농사 환경은 한눈에 보기에도 열악함을 알 수 있다. 농사지을 땅이 없으니 외지 사람들의 입에서 “뭘 해 먹고 사는 지 참 용하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어부동은 대전과 인접해 있어 예전에는 대전과 회북(회인)을 잇는 버스가 마을 앞까지 들어왔으며 나무배로 버스를 회인까지 실어날랐다고 하니 30여년 동안 빈자리만 지키고 있는 오래된 버스 정류장의 모습이 쉽게 지나쳐지진 않았다.

굴다리를 통과해 어부동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농경지였던 곳에 심어져 있는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묘목들이다.

환경부에서 상수도보호구역이나 수변구역의 주민이 토지를 매매할 경우 기존 시가보다 조금 높은 가격으로 매입해 나무 심기 등 환경보존을 위해 땅을 활용하는 것이다.

메타세쿼이아는 가로수로 많이 사용되는 나무로 높이가 35m, 지름이 2m에 달한다. 전국에서 유명한 담양군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숲 터널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이가 60∼70m나 되는 걸 보면 수세(樹勢)가 대단한 나무임을 알 수 있다.

공기 정화나 환경 개선 차원의 수목 식재는 좋은 뜻을 품고 있지만 수목이 울창해지면 마을에 그늘이 생겨 좋을 게 없다며 주민들은 앞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 활용 가능한 자원이 풍부
대청댐은 대전, 충북 청원군·옥천군·보은군에 걸쳐 있는 인공호수로 2개 도의 4군 2읍 11개면에 조성되었다.

회남은 다른 대청댐 주변 지역에 비해 관광·문화적인 활용도가 빈약한 것으로 보인다.

대청댐의 아름다운 주변 경관, 즉 봄이면 타지역 벚꽃 축제가 부럽지 않을 만큼 화려한 벚꽃이 만발한 관광도로, 가을이면 호수를 물들이는 수천의 단풍, 새벽을 수놓는 물안개, 80년대 동양에서 제일 높고 긴 다리라고 했던 산과 산을 연결한 회남대교 등 어느 것 하나 뒤떨어지는 이미지가 없다.

그러나 개발을 못하는 것인지, 안 하는 것인지, 할 수가 없는 것인지 행정기관의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진문 이장은 어부동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띄어 대청호 관광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그 일대 농가에서 농산물을 팔아 수입을 창출할 수도 있으며 마을에 있는 마을회관이나 찜질방을 더 폭넓게 활용할 수도 있고 현재 영업 중인 식당도 성업을 이루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호수에 유람선을 띄우면 수질이 오염되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안 되는 걸 되게끔 하는 건 분명 쉽지 않지만 주민들의 생계와 지역 발전을 위해 뒷짐만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어부동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그들을 위한 배려가 없다면 주민들은 설자리를 잃고 만다.

사람의 발길을 기다리는 쉼터나 자전거 도로가 무용지물로 남는 일은 없어야겠다.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길 사람이 그리운 곳 어부동.

좋은 것이 좋은 줄도 모르고 놓쳐버리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으면 한다.
어부동 굴다리가 낮아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굴다리의 폭은 약 3m50㎝이고 높이는 약 3m60㎝ 정도이다. 그렇다 보니 레미콘차량 및 큰 차량이 통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금강수계 물 이용 기금을 지원 받아 마을 내 20평 규모의 찜질방을 공사할 때도 굴다리 입구에 레미콘 차량이 대기하고 경운기나 1톤 차량으로 퍼 날라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했다. 이로 인해 공사금액도 늘어나 경제적인 부담까지 가중된다고 한다.

주민들은 집을 새로 짓거나 무슨 공사를 할 게 있어도 맘놓고 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부동 굴다리는 지난 80년대 초반 대전-회남간 지방도 건설시 지방도 아래로 통과해 어부동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진입로를 대전에서 회남면으로 들어오는 방향으로 새로 건설하는 방안이 검토돼 도에서 사업비가 책정됐으나 주변의 토지 수용이 어려워 주민들 스스로 포기했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기존의 굴다리 폭을 넓히고 아래쪽 땅을 파내 높이를 조절하는 방안이 남아 있지만 공사비용 등으로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주민들 속만 태우고 있다.

애물단지 굴다리가 아닌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어부동에 득을 가져다주는 그런 환한 의미의 진입로가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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