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의 180도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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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의 180도 변신
  • 송진선
  • 승인 200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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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옷감, 식용 번데기에서 의약품, 건강식품, 화장품까지
양잠이 바뀌고 있다. 90년대초까지만 해도 양잠은 실을 뽑아 비단옷감을 만들고 고치 안에서 자신의 생을 번데기로 마감하고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던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90년 중반부터 누에의 진로가 180도 변경돼 화려하게 부활, 이 변신이 어디서 멈출지 모른다.

푸른 뽕잎을 갉아먹은 후 부드러운 뽀얀 실을 뿜어내는 누에는 수천년동안 사람의 손에 길들여져 살아오며 비단실을 생산해온 곤충이다. 그런 양잠업은 80년대 이후 계속 사양길을 걸어왔고 겨우 명맥을 유지해오던 상황었다. 그러나 누에 분말가루를 시작으로 동충하초, 누에그라, 천연 실크 화장품, 실크 비누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고 암치료제 및 치료제로도 연구중에 있어 누에는 더이상 징그러운 곤충이 아닌 황금알을 낳는 보물인 셈이다.

누에는 나방의 에벌레다. 알에서 부화해 애벌레, 번데기, 나방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곤충이다. 애벌레는 4번의 탈피과정을 거쳐 집을 짓고는 번데기로 지내다 나방이 된다. 누에가 비단옷감을 생산하는 것에서 먹는 양잠산물로 첫선을 보인 것은 누에분말가루다.

지난 95년 마지막 탈피를 마치고 집을 짓기 전의 누에를 냉동건조한 후 분말형태로 만든 누에 분말가루가 당뇨병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누에는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뽕잎에서도 데옥시노지리마이신이라는 물질이 추출되는데 이 물질은 식사 후 혈당을 조절해줘 뽕잎만을 먹이로 하는 누에는 몸 속에 이물질을 대량으로 축적하고 있어 누에 자체가 유용한 혈당강하제가 되는 것이다.

뽕잎도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돼 있고 혈당강하 성분이 포함돼 있어 뽕잎 국수, 뽕잎 차 뽕잎 절편 등의 떡 등은 이미 흔한 제품이 되었다. 뽕잎 아이스크림도 나왔는가 하면 뽕잎 호도과자, 뽕잎을 이용한 과자와 빵 등도 출하되고 있다. 여기에 누에를 고급화시킨 번데기에 버섯 종균을 넣어 생산한 동충하초의 개발로 입는 양잠에서 먹는 양잠으로의 완전한 탈바꿈에 절정을 이뤘다.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곤충의 몸에 있다가 여름에는 풀처럼 나타난다는데서 유래된 것으로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불로장생의 명약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가 없어 채집에만 의존했기 때문에 구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싸 일반인들은 생각도 못했던 것. 그러나 농촌진흥청이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 일반인들도 동충하초를 접할 수 있게된 것이다. 누에 동충하초는 허물을 4번 벗은 누에에 인공배양한 균을 분사한 후 누에가 집을 짓고 난 후 번데기가 죽고 거기에서 새하얀 버섯이 나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면역력 증강, 스트레스 억제, 피로회복, 간 보호와 항암효과, 노화억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숫누에 나방이를 이용한 발기부전 치료제인 누에그라는 누에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숫누에 나방이는 성능력이 왕성해 고치를 뚫고 나오자마자 암컷을 찾아가 성행위를 하고 몸이 쇠잔해서야 멎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동의보감에도 누에 나방이가 양사를 강하게 하고 정기를 더해준다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군내 양잠업을 하는 농가에서도 누에그라를 제조하는 제약회사에 숫나방을 납품하고 있다. 누에고치의 집은 비단을 만드는데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과 비누 원료로도 사용된다. 특히 누에고치로부터 기능성 보습 효과 및 피부재생효과가 뛰어나고 콜라겐 생성을 촉진시키는 실크 단백질을 분리해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이 실크 화장품이 노화되고 건조한 피부를 젊은 피부로 바꿔주고 천연물질 소재를 이용하기 때문에 피부 부작용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여성들에게 특히 관심의 대상이다. 지금은 누에 똥을 이용한 암 및 치매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어 누에는 버릴게 하나도 없는 최고의 상품이다. 이렇게 효자 작물로 떠오른 양잠업을 하는 농가는 군내 총 40호로 양잠업협동조합(조합장 양승기, 탄부 벽지)과 보은읍 어암리를 중심으로 별도로 법인이 구성돼 있다.

전체 18ha에서 400상자에 가까운 누에를 치고 있다. 올 봄 누에치기는 누에 건조 및 동충하초, 숫나방 분류 등 이미 모든 작업이 끝나 유통경로를 통한 판매 중에 있다. 지난해 군내에서는 건조누에는 201상자, 동충하초 33상자, 누에그라를 만드는 숫나방 946.4㎏을 생산했다. 300평을 기준으로 작기당 200만원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고 있어 쌀 75만원에 비하면 고소득 작목이다.

더욱이 양잠은 봄에 한달, 가을에 한달 농사를 짓고 비료나 농약 등을 하지 않아 생산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1년 두 달 농사인 점을 감한할 때 다른 어느 작목보다도 소득이 높다. 현재 양잠업을 하고 있는 농가는 60대 이상 70대가 넘는 고령이지만 아직도 많은 양의 양잠업을 하는 것은 영농기가 짧으며 생산비가 적게 들어가고 소득이 높기 때문이다. 누에그라의 원료인 숫번데기, 동충하초, 분말을 위한 건조누에, 화장품 원료인 고치집까지 다양하게 판매해 상전 3000평을 가지고 있는 농가가 1기작당 소득이 1000만원이 넘는다.

농사를 잘 짓는 양잠농가에서는 최고 3000만원이 넘는 소득도 올리는 등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올해로 40년째 양잠 한우물만 파고 있는 양승기(67, 탄부 벽지)조합장은 “중국산에 밀려 누에고치가 채산성이 맞지 않을 때 그만둘까 생각했을 때 지금 누에가 이렇게 각광받을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농약도 안하고 생산비도 적게들고 모내기를 끝낸 후 누에를 치기 시작해 한가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양잠업은 대체농작물로 가능성이 높아 젊은이들도 도시로만 가지말고 양잠업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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