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기근을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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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기근을 대비하자
  • 보은신문
  • 승인 199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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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춘(편집국장)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만해도 마을공동 우물에는 아낙들의 빨래하는 소리와 여름이면 아이들에게 망을 보게 하고 목욕들을 하곤 했다. 마을공동 우물이 동네의 잡다한 이야기의 샘이 되었다. 물은 공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인간들에게 그 중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풍부했었다.

그러나 인간의 사악함인지 한때 물고문 사건이 정국을 강타하더니 89년에는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이 발생하자 당국은 7월1일을 물의 날로 정하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 물의 중요성을 인식한 유엔은 92년 47차 총회때 93년 3월22일을 물의 날로 정하여 선포하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한국도 풍부하게만 느꼈던 물이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2003년쯤 되면 물기근 국가가 된다니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지금도 세계곳곳에서는 물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쓰던 "물쓰듯하다"는 사전의 뜻풀이를 다시 해야 할 판이다. 현재 한국의 물 소비량은 일본에이어 세계2위이다. 따라서 우리가 직면한 낙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환경보호와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

산업화에 따른 폐기물의 무분별한 폐기, 지하수 개발로 인한 폐공의 방치는 21세기심각한 물 부족 현상에 가속적으로 환경오염까지 겹쳐 우리의 생존권마저 흔들린다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여유량이 있다고 해도 오염된 물이라면 자원으로서의 가치는 이미 상실된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의 폐수가 오염의 39%를 차지했으나 이제는 36%가 부엌에서 나온다고 한다.

예를 들면 소주 1잔을 정화하려면 같은 잔으로 무려 4만8천잔이 맥주1컵의 경우는 1만4천컵 요구르트는 1만8천개 우유는2만개의 물을 부어야 정화된다고 하며 편의점이나 음식점등에서 먹고 남기는 국물류의 경우 라면국물 1그릇은 2천그릇의 물이 필요하며 된장찌게와 짬뽕국물은 각각 라면그릇으로 5천그릇과 3천그릇의 물이 소요된다고 한다.

오염도는 소주 1잔(50㎖)에 BOD가 24만3천ppm 요구르트1개 9만9천ppm 맥주1컵 6만9천ppm 된장찌개는 2만3천ppm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물없이는 단 하루도 살수없는 우리 인간들은 후대를 위해서도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물의 중요성을 재인식 해야 하겠다. 더욱이 2천년대에는 국민생활수준향상과 도시화 산업화의 진전으로 용수 수요가 5년후인 2001년의 경우 3백32억톤으로 늘어나 연간 여유량은 불과 5억톤밖에 안되게 되고 그로부터 10년뒤인 2011년에는 물수요량이 국내 물공급량을 넘어선 3백62억톤으로 증가, 연간 25억톤에 이르는 각종 용수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 '싯다르타'에서 "물한테서 배우라… 물은 생명의 소리, 존재하는 것의 소리, 영원히 생성하는 것의 소리"라고 한말과 같이 물은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흘려 겸양을 보이며 막히면 멈추고 깨면 깨이고 주무르면 주물리고 치면 맞는다.

모난그릇에 담으면 모나고 추운데두면 차지고 더운데 두면 더워지듯이 싫다한일 없듯이 좋다한일도 없이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할뿐이다. 사람이 이 물의 순리를 거스리면서 죽여가는 일은 섭리의 영위에 대한 도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물의 죽음이 사람의 죽음임을 모르는 양 굴러간다.


<데스크 칼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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