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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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이기주의
  • 보은신문
  • 승인 2001.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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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광 태(시인/마로 소여)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기주의가 위험 수위를 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사회는 너무 삭막하다. 마치 거대한 도시가 풀 한 포기, 물 한 모금없는 사막과 같다. 이기주의는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남을 위한 봉사 정신이나 희생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

오직 자기 중심적이고 자기의 이익과 편리만을 추구한다. 작금의 우리나라 정치문화는 그 이기주의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인들은 오로지 자기의 이익만을 좇아 이 정당 저 정당으로 철새처럼 옮겨다니고, 국민과 나라야 어떻게 되든 그것은 차후 문제이고 당리당략에만 얽매어 싸움만 일 삼고 있다.

그들에게는 정치이념이나 정치 노선 같은 것은 아예 없는 듯하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조금도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교육현장을 보아도 그러하다. 고교 평준화는 한 꺼풀 벗겨보면 이기주의의 산물이다. 고교 평준화 이후 과연 교육의 정상화가 이루어졌는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까지 박탈하고 시행된 고교 평준화가 가져온 결과는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시켰고, 교실은 붕괴되고, 학생들의 성적은 하향 평준화되었다.

소위 영재들이 모였다는 과학고는 불리한 내신 성적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2학년 2학기 무렵이 되면 자퇴를 하고 검정고시 준비를 하는 웃지 못할 희극이 벌어지고 있다. 중등학교 교육이 정상화되지 못하는 이유가 서울대 때문이니 서울대를 없애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다. 세계의 명문대들과 견주어 보면 서울대는 형편없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데 그나마도 없애자는 것이다.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대학도 평준화하자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자기 자식이 과학고에 다녀도 과연 지금처럼 평준화 고교와 동일한 내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지, 자기 자식이 서울대를 다녀도 서울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인지. 지난 해 여름 내내 시끄러웠던 의약 분업 또한 어떠했던가? 인술을 베풀어야 할 의사들이 자기들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국민들의 건강을 볼모로 하여 병원 문을 닫고 또 닫고 했다.

그 틈바구니에서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해 고통을 겪어야 했고,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은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잃어야 했다. 지난 설 연휴 기간에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작년보다 많이 줄었지만 고속도로에 버려진 쓰레기는 오히려 50%나 늘었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다. 차량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보다 살기가 더 어려워졌으니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버려진 쓰레기가 50%나 늘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해가 갈수록 이기주의가 더해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남이야 나 때문에 피해를 보든말든, 나라야 나 때문에 망하든 말든 나만 편하면 되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 나보다 남이 잘 되면 배가 아파 못 견디는 이기주의는 결국 우리 모두를 망하게 하고, 사회와 국가를 무너뜨린다. 사회가 각박할수록 더욱 우리는 내가 무심코 하는 말이나 행동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는 않는지 항상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다.

나아가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하루 빨리 우리의 공적 이기주의를 이 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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