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정서 지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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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정서 지도, 생각해 보자
  • 보은신문
  • 승인 2001.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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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광 태(시인/ 마로면 소여리)
오늘 나는 바다르 제프스카의 ‘소녀의 기도’ 를 들으며 출근을 했다.
언제 들어도 마음이 유쾌히지고 여유로워진다. 무례한 차가 깜박이를 켜지도 않고 갑자기 끼어들어도 화가 나지 않고, 느긋하게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운전을 하게 된다. 좋은 음악은 몇 번을 들어도 싫증나지 않고 듣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고, 즐겁고, 너그럽게 해준다.

좋은 음악은 우리의 정서를 순화시켜 주는 위대한 힘을 가졌다. 요즈음 청소년들 세계에는 랩뮤직이 판을 치고 있다. 랩은 본래 가난하고 억눌린 미국 흑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랩은 오랜 핍박에 시달려 온 미국 흑인들의 자긍심이며, 그들의 한과 분노, 저항 정신이 담긴 넋두리라고 한다.

지금 이 랩 뮤직에 록과 재즈등이 접목되면서 다양한 스타일로 발전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다분히 부정적이고, 반항적 성격을 띤 랩뮤직이 지금의 청소년들의 정서와 맞아떨어지게 된 요인은 상당히 복합적이겠지만, 하여튼 많은 청소년들이 이 음악에 푹 빠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등·하교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대부분 클래식이나 가곡이 조용히 흘러나와 학생들의 마음을 즐거우면서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아니, 수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클래식이나 가곡을 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은 악을 쓰며 내뱉는 노래와 요란한 연주의 대중가요가 대부분이다.

점심을 먹고 앉아 듣고 있으면 귀가 멍멍하고 정신이 산란하다. 과연 이런 음악이 학생들의 정서 지도에 보탬이 되는지 짙은 회의가 고개를 든다. 오히려 학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그들의 정서를 거칠고 메마르게 하지는 않는지, 그래서 그들로 하여금 더 부정적이고 반항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이제 우리는 이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문제에서부터 소홀히 넘기지 말고, 좀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어른들은 요즈음 청소년들이 무섭다고 한다. 어른들에게 덤벼드는 것은 예사가 되었고, 폭행도 서슴지 않으며, 살인까지도 저지르는 현실이니 말이다. 정말 어느 때보다도 청소년들의 정서순화 지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오늘의 교육시책을 보면 교과활동 못지 않게 특별할동 지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특기·적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의 소질을 개발하고, 특기를 신장시켜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래하는 학생은 노래하게 해주고, 춤을 좋아하는 학생은 춤을 추도록 지도하고 도와주라는 것이다. 지금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도 상설 동아리 반에 그룹사운드반과 춤반이 있는데 그 어떤 동아리반보다 인기가 높다.

시쳇말로 이 아이들이 운이 좋아 대박 한 번 터지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현란한 춤과 어우러지는 이런 음악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러나 특기·적성교육도 좋고, 돈도 좋고, 스트레스 해소도 좋지만 교육의 본질 면에서 볼때 과연 바람직한 방법인지 아닌지 한 번쯤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오늘의 교육을 바로 세우고, 밝고 아름다운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청소년들을 사람다운 사람,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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