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
상태바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
  • 보은신문
  • 승인 2001.02.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 광 태(시인, 마로면 소여리)
지난해 겨울 중국 계림(桂林)을 관광하고 왔다. 지구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있을까! 조물주의 최고의 걸작품, 3만 7천 만개의 기이하고 신비로운 산봉우리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려고 다투어 땅에서 우뚝우뚝 솟아오르고, 리강은 산자락을 휘감아 돌며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튿날 다시 돌아보는 계림의 산수는 아픈 상처로 신음하고 있었고, 내 마음을 몹시 우울하고 화나게 했다.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여기저기 산기슭과 강기슭은 무참히 파헤쳐지고 있었다.

또 동서남북 도처에 기이하고 아름다운 산봉우리가 어떤 것은 허리가 패이고, 어떤 것은 어깨가 떨어져 나가고, 어떤 것은 온통 홀랑 벗겨져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었다. 어떤 것은 흔적만 남긴 채 아주 사라지고 없었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옥을 캐기 위해서라고 했다.

인간들의 이기적인 욕심이 대대손손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아름다운 자연을 저렇게 무모하게 훼손하고 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 첩채산에서 내려다본 리강은 시커멓게 오염되어 있었고, 칠성공원에 있는 호수인지 개천인지는 겨울인데도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몇 년 전인가 어느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다. 남태평양의 고도(孤島) 이스터 아일랜드라는 섬은 아열대성 기후와 비옥한 화산성 토지 등 낙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1722년 어느 네델란드인 탐험가가 이 섬을 발견했을 때는 완전 황폐된 섬이었으며, 소수 원주민들은 굶주림으로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이들은 해양민족인 폴리네시아인 이었지만 섬 전체에 배 한척이 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다이먼드 교수는 이 섬의 실낙원(失樂園)은 주민들의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서 비롯되었다고 결론지었다.

폴리네시안이 이 섬에 정착한 것은 서기 400년쯤, 이섬은 비옥한 토지에 먹을거리와 건자재가 풍부한 낙원의 섬이었다. 전성기인 15세기 전후에는 주민 수가 2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주민들은 땔감 장만과 카누 제조 및 가옥 건축을 위해 숲을 남벌했고, 숲이 사라지자 카누와 밧줄등 목재 도구를 만들 수 없게 되고 샘과 냇물은 말라들었다.

토양 침식으로 농토도 메마르기 시작했다. 주린 배를 채우려고 동물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통에 동물도 사라졌다. 이스터 아일랜드가 서양인들에 발견될 때는 모든 것이 최악의 상태였다. 우리는 자연의 혜택 속에 살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산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한시도 살 수 없듯이 인간은 자연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다.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길러야 하겠다. 이스터 아일랜드 섬의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정이품송>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