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새날을 맞아 새롭게 시작하자는 다짐이 식지 않았나 점검해보고 각오를 다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나라의 일이나 가족의 일이나 한번 벌어진 사건,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상처)는 아물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아문 뒤에도 상흔은 남아 한동안 그 상처가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나라는 2024년말 뜻밖의 12.3비상계엄(내란)으로 인해 1년 이상 그 뒤처리와 수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뒷수습이 일단락되고 온전한 마무리가 되도록 조속히 완결지어야 할 것이다.
집안에 우환이 있으면 우울하고 힘들다. 가족이 아프거나 환자가 생기는 일이 없으면 다행이지만, 우리네 인생의 과정으로서 생로병사가 인지상정으로 항상 함께하므로 어느 가정이나 누구든 아플 때가 있다. 가벼운 상태인 경우야 때가 되면 낫는다는 예상이 가능하니까 큰 문제는 없다.
나이가 들면 ‘공간인지능력’ 저하로 감각의 거리측정 능력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거 같다. 다리나 머리를 뭔가에 부딪치기 일쑤다. 얼마 전에 서재 낮은 책꽂이 옆에 떨어진 물건을 집으려고 허리를 급히 굽히다가 그만 이마를 목제 책꽂이 각진 모서리에 정확히(?) 내리박았다. 악! 소리 지르며 주저앉았는데, 마침 아내가 달려와 피를 닦고 연고를 발라 소독을 하고 밴드를 붙여 지혈·응급처치한 후, 정형외과에 가서 부분마취하고 두 바늘 꿰맸다.
지난 연말엔, 70대 중반의 지인이 아파트 앞에서 핸드폰을 들고 가다가 전동자전거에 발이 걸려 넘어져서 골절로 수술, 발목과 무릎에 철심을 세 개 박고 3주 입원 후, 통증을 견디며 목발 짚고 퇴원했는데 2,3개월간 집안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다. 모든게 한순간이다. 척추나 고관절을 다치지 않아 그만하기를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다. 그래도 이런 정도는 약과다.
장기간에 걸쳐 완치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회복이 어려워 보이는 환자일 경우에 늘 불안하고 가족의 심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에의 「회복하는 가족」은 여전히 치료 중인,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가족의 이야기이다.
사고(상처)의 충격으로부터 치유와 회복에 이를 때까지는 대개 다섯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치유의 5단계설'인데, <쇼크-부인-혼란-노력-수용> 등이 치유의 길로 가는 과정이다.
오에 켄자부로(1935-2023년)는 일본의 두 번째 노벨문학상수상(1994년) 소설가다. 초기 대표작 중에 재일한국인 소재의 작품을 다수 발표하고, 우리나라도 다섯 차례나 방문하여 바람직한 한일 관계에 대해 강연하면서 한국인의 의사를 거의 그대로 대변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의 반성과 침략사에 대한 사죄를 촉구하고 평화헌법의 개정을 반대하였으며 소위 '천황제'의 문제와 그 폐지를 줄곧 제기한 '전후민주주의'의 대표 작가다.
그의 에세이집 「회복하는 가족」(1995년, 삽화는 부인이 그림)은 자신의 이야기로, 뇌기능장애 아들 ‘히카리(光;빛)’를 부양하는 가족의 어려움과 고통의 양상, 매일 두어 번씩 되풀이되는 간질 발작과 정체성의 위기 가중, 장애아의 가족에 대한 박해, 치유와 회복을 향해 가는 일상 등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회복을 위해 음악이나 미술 치료, 문학 치료의 방법 등을 제시한다. 그 아들은 소리에 민감하여 특수교육을 받고 피아노곡을 작곡·연주한 CD를 발표하기도 했다. 장애아의 위로의 표현을 통해 오히려 작가와 가족이 치유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오에는 장애자와의 공생이라는 주제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휴머니즘(인본주의, 인류애)의 작가로서 부드러움과 배려, 위로와 격려, 희망과 인내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신앙을 갖지 않은 이의 기도의 의미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환난을 통해 우리를 정금처럼 연단하는 무언가 하늘의 뜻이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약함·왜소함과 인생의 부질없음을 알고, 우주 만물의 생성과 운행의 불가사의, 그 원대함이 절절하게 느껴져 경탄하게 된다.
겸허함이란 ‘풀잎에 이는 바람’을 느끼고 ‘별을 바라다보며’ 빛을 좇는 마음 아닐까.
서로의 존재 자체가 기쁨이고 감사다! 오늘 하루하루 힘을 내자. 올 한 해 우리 함께 뚜벅뚜벅 치유와 회복을 향해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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