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틈달(들바람달 11월)이 떠나는 소리와 매듭의 달(12월)이 다가오는 소리가 동시에 합창을 해댄다. 나뭇잎들이 사랑스런 몸짓으로 적선을 하듯이 낮은 곳으로 내려오면, 이파리 훨훨 털어버린 나무들은 자유의 몸으로 한편의 시를 쓰는 중이다. 허전함과 쓸쓸함보다는 의외로 머리가 가볍고 맑아지는 변칙도 생기니, 아마도 이런걸‘텅 빈 충만’이라고 하는가 보다. 이제 한 달쯤이면 아이들은 길고 긴 겨울방학을 맞이하고, 부모들은 동한기 자녀 관리에 다시 전전긍긍할 때이다. 새삼 하얀 눈이 펄펄 내리는 네거리에서, 빨간 적선 냄비에 동전 한닢 땡그렁 넣던 고사리 손들이 그리웁다.
나는 사람의 인성과 미래는 아동기에 많이 형성된다는 이론을 믿는다. 그러나 공자,맹자같은 선인들도 자식은 가르치지 않고 냅두었다는 해프닝도 있듯이, 두뇌가 발달할수록 자식을 교육하기란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이타적 인성교육이야말로 부모의 진정한 사랑일 것이며, 물질적인 유산보다 행복한 인성정립이야말로 위대한 유산이 될 것이다. 특히 아동기에는 물질적인 나눔보다 정신적인 나눔을 권유하고 싶다. 물질적인 것은 충동적 한시적이기 쉬우나, 정신적인 것은 수여자 수혜자 모두가 기사회생하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타적 인성의 첫번째 단계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나눔인데, 구체적 지도방안에 앞서 먼저, 진정한 뜻과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수순이라 하겠다.
첫째로) 타인 배려란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뜻인데, 함께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하여 꼭 필요한 덕목이다. 배려정신은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내재된 요소이기에,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해주는 열쇠라고 할 수도 있다. 어릴 적부터 당장 눈앞에 있는 이익만을 고집하지 않으며, 양보하는 선손후익(先損後益)정신을 길러줌이 마땅하다. 오늘날 온갖 희귀한 범법들은 바로 이 정신이 결여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둘째로) 아이들이 나눔에 대해서 혼돈하지 않도록 먼저,‘나눔교육을 해야 하는 이유’를 지도해야 한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다음과 같은 단계(생존→소유→성공→행복)로 변천해 왔는데, 현시대는 자신의 실질적인 행복만을 추구하는 시대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본다면 단계적(자존감형성→자기존중→타인존중→소통→나눔→행복)으로 발전하는데, 나눔의 시작은 바로 자기 자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이론이 우세하다. 나를 먼저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는 이치와도 같음이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듯이,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면 자아 효능감도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나눔교육의 궁극적 목적인‘자신의 행복을 위함’이라는 논리를 쉽게 설명하면 된다. 또한 진정한 나눔을 공유의 개념으로 인식시키고, 서로 주고받는 것이라고 지도해도 된다. 즉‘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말처럼, TAKE & GIVE가 아니라 GIVE & TAKE를 강조할 일이다. 즉‘먼저 주는 것이 행복의 근원’이라고 지도하는 것이 나눔교육의 키 포인트이다. 단 부모나 지도자가 먼저 이 원리를 이해하고 수용해야만, 나눔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인격형성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을 받는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적 나눔의 선봉자를 꼽는다면 성녀 마더테레사가 있으며, 국내의 물질 나눔의 실천자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언급하고 싶다. 진정한 나눔을 실천한다면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으며,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세상을 이끄는 구심체가 된다고 일러준다. 그리고 나눔을 제공한 사람에게 언젠가는 그 에너지가 다시 돌아오기에, 진짜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부메랑의 원리도 이해시키면, 일단 나눔교육의 기본단계는 성공했다 할 수가 있다.
모두가 자신의 이름 석자만을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흔들어댄다면, 이 세상은 아귀다툼 지옥이 될 것이 뻔한 이치이다. 이기심의 극치로 온갖 희귀한 일들이 비일비재 일어나는 이 시대에, 나눔의 대안을 마련하고 제도화하는 노력은 얼마나 희망적인 일인가! 아이들이 나눔을 실천한 수많은 이들의 전기문을 읽어보는 유익한 방학이었으면 좋겠다. 도란도란 나눔의 밥상머리 교육으로 훈훈한 가정, 아름다운 사회, 우리 모두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