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과 정성, 그리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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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정성, 그리고 감사
  • 김종례(문학인)
  • 승인 2023.05.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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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가지 형형색색 꽃무더기가 저만의 몸짓으로 춤추던 4월이 가고, 봄날에 피고 진 꽃에 대한 기억들만 가물거리는 요즘이다. 대신에 도약을 멈추지 않는 실뿌리의 분투가 온 세상을 초록의 장막으로 덮어주었다. 제 홀로 몸부림치는 푸르름 속에서 숨 쉬고 있음에 퍼뜩 정신 드는 5월! 건강한 가정의 울타리와 가족의 관계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달이다. 
  오래된 고담야사의 한 대목을 옮기자면, 눈 깜짝하는 순간을 찰나, 손가락 한번 튕기는 순간을 탄지, 숨 한번 쉬는 촌음은 순식간이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긴 시간을 겁이라고 칭한단다. 상상조차도 어려운 500겁의 인연이 있어야 옷깃을 스칠 수 있고, 2천겁의 시간이 흘러야 이웃이 되고, 5천겁의 인연이 있어야 가족으로 맺어지며, 6천겁의 연분이어야 하룻밤을 동행할 수 있다고 한다. 참으로 가늠하기조차 놀라운 시간으로 맺어진 귀하디귀한 인연들을 모래성 허무는 바람소리처럼 생각하며 산 것만 같다. 늘어만 가는 이혼율, 한부모와 조손 가정의 확대,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증가, 분리형 가족과 생활동반 가족제도 등, 가정의 형태는 변화무쌍 다양해졌지만, 그 근본족인 소명만은 변할 수 없는 것이리라. 가정의 당연성과 가족의 필연성이 흔들거리며 힘겨운 씨름을 하는 이 시대에, 건강한 가정의 존립을 위한 절실한 가정상비약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가정의 평화와 가족의 행복을 선물하는 첫 번째 안내자는 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 항심으로 정성이 깃든 배려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희생심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 간에도 꼭 있어야 할 배려라는 덕목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아량이고, 자신의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겸손이며, 가족간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따뜻하고 아낌없는 배려를, 자식은 부모에게 감사와 존경으로 보답하면 될 것이다. 정신적인 배려와 정성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든든하게 엮어 줄 것이 분명하다
  둘째로 모든 인과관계가 그러하듯이 사랑과 동반되어야 할 덕목은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창조론에 의하면 고독할 수밖에 없었던 처음사람 아담에게 돕는 자 하와로 인하여 최초의 가정을 만드셨고, 둘 사이에 믿음이 어긋나면서부터 인간의 비극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믿음이라는 순수한 과정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아름다운 사랑의  관을 기꺼이 쓸 수가 있으리라. 즉 건축물의 주춧돌처럼 믿음으로 든든히 받친 후에야,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믿음의 길이란 참 我(아)를 만나는 것이다’라는 가르침도 있듯이, 먼저 자신에 대한 끝없는 확신과 자신감이 구축되어야, 가족끼리의 신뢰감도 형성이 될 것이다. 받는 사랑에서 벗어나서 주는 사랑에 의미를 둔다면, 태초의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행복한 가정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절실한 가정상비약은 작은 감사와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감사약이 아닌가 싶다.‘감사는 감사의 조건을 충족하고 불평은 불평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말처럼, 감사를 하면 할수록 마음의 평화와 행복의 고지 점령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3苦(고)의 인생을 산 헬렌켈러의 <내가 3일동안 세상을 볼 수 있다면>에서 독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접할 수가 있다. 누구나 누리는 지극히도 일상적인 소박한 감사이었기에,‘나는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았지만 단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은 없었다.’라는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마지막 고백을 남긴 것이리라.
  지구라는 별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지만, 오직 인간만이 별이 되고자 하는 아름다운 소망을 품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맑고 높은 지란지교의 향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롯 우정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가족간의 조건 없는 사랑과 남녀간의 에로스에서도 극치의 꽃은 피어난다고 한다. 나도 다시금 가정의 달 5월이 돌아오니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새삼스럽게 다짐을 해보는 요즘이다.‘저 갯벌의 진흙탕 속에서 잃어버렸던 흑진주를 찾아내는 정성으로, 작은 일에도 경청 소통하는 각별한 배려를 학습하기를 ~ 믿음과 사랑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각성하는 5월이기를 ~  그리하여 5천겁이라는 가족의 인연을 지켜내는 밑거름을 마련하여, 저 싱그러운 신록처럼 건강하고 원초적인 축복의 장(場)에 안주하기를 ~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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