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네들 마음은 고맙지만 동네 위해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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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들 마음은 고맙지만 동네 위해 쓸게”
  • 나기홍 기자
  • 승인 2022.12.1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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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1리 어인옥 여사 팔순 축하금 마을에 기탁
어인옥 여사가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인옥 여사가 어려웠던 젊은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다.

 산외면 장갑1리에 살고 계신 어인옥(80) 여사가 12월 13일, 팔순에 쓰라며 딸들로부터 받은 200만원의 축하금을 마을에 기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청주에서 태어나 자라고 공부한 어 여사는 주변 지인이 소개로 젊은 나이에 이곳 장갑리로 시집왔다.
 시집을 왔을 당시 자신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시댁은 이곳 장갑리에서는 가장 많은 논밭을 경작하는 부잣집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부부는 서로를 알뜰살뜰 보듬으며 화기애애한 나날을 보냈고 불과 22살의 나이에 1964년 큰딸 이재일(58)씨를 낳았다.
 부부의 사랑은 뜨거웠고 불과 1년 뒤 작은딸 이재희(57)씨를 낳았다. 그리고 무려 8년 뒤 막내딸 이지윤(49)씨를 낳았다. 딸만 셋이다.
 “아마 아들 하나 얻으려 했는데 막내딸을 낳은 것 아닌가?”라는 게 이웃 주민들의 농담 섞인 말이다.
 가을이 오면 많은 면적에서 수확한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왔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소리가 넓은 한옥집 곳곳에서 들려와 행복한 가정임을 자랑했다.
 그러나 그 사랑했던 남편이 건강을 잃고 1975년 유명을 달리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눈물로 수십여일을 보내던 어 여사는 “엄마! 힘내세요!”라는 딸들의 목소리가 그제야 들려왔다.
큰딸 재일씨가 11살, 작은딸 재희씨가 10살이었고 막내딸 지윤씨의 나이 고작 2살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그때, 마음을 다잡았다. 
33세에 홀로된 어 여사는 이를 악물고 일에 뛰어들어 논밭을 뛰어다녔고 아이들의 내일을 위해 대학 등록금 명목으로 정기적금도 붓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등록금은 20만원 가량이었는데 어 여사는 시간이 지나 딸들이 대학입학 할 때를 감안해 50만원을 계약하고 매월 적금을 납부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딸들을 훌륭하게 성장시켜 대전에 살고 있는 큰딸 재일씨는 국민은행에서 일하다 정년퇴직했고, 둘째딸 재희씨는 서울에서 교직에 근무하고 있으며, 오산에 살고 있는 막내딸 지윤씨는 직장을 휴직하고 자녀를 키우고 있다.
 어 여사는 이웃사랑도 남달라 오랜 기간 장갑리 부녀회장으로 활동하며 주민들의 어려움이 발견되면 이장과 협의해 어떻게든 이웃의 어려움을 달래줬고, 주민의 애경사는 물론 사회활동도 적극적이었다.
 최정애 부녀회장은 “제가 시집올 때 부터 어 회장님의 이웃사랑을 볼 수 있었다”며 “ 팔순이라고 딸들이 드린 축하금을 마을에 내놓는 것이 이를 증명하는 것 아니냐”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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