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조용한 농촌마을인 충북 보은군 보은읍 교사리주민들이 요즘 마을 뒷산에 새로 조성된 '무덤'을 두고 시끌벅적하다.
보은향교(충북도 유형문화제 95호)가 자리잡은 태봉산 자락에 최근 무덤 1기가 들어선 뒤 건강하던 젊은이가 죽거나 몹쓸 병에 걸리는 재앙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난 여름부터 불미스런 일이 계속돼 태봉산 일대를 수색한 결과 향교 뒤에서 이 마을 이 모(62)씨가 몰래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흔적을 발견했다"며 17일 땅 소유주인 보은 교육청에 무덤 이장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땅과 무덤에 대한 주민들의 예민한 반응은 1980년 벌어진 무서운 기억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이 곳을 명당으로 여겨 몰래 선친의 무덤을 조성했으며 그 뒤 불과1년 만에 7명의 시퍼런 젊은이들이 이유 없이 죽어나갔다. 급기야 주민들은 이씨와 심한 갈등을 겪다 문제의 무덤을 반강제적으로 이장했으며 그 뒤 온 마을을 불안에 떨게하던 불상사도 멎었다. 이 사건 이후 이씨와 주민들은 20여년째 왕래조차 없이 지내고 있으며 이씨는최근 또다시 불거진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주민들의 강제 이장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박 모(62)씨는 "최근 50대 젊은이 1명이 급사하고 1명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됐으며 4명이 잇따라 뇌수술을 받는 등 재앙이 잇따르는 것은 신성한 터에 무덤이 들어섰기 때문"이라며 "이 곳에는 3-4개월 전 이씨가 조상의 묘를 옮긴 듯 새 잔디가 곱게 입혀져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박 모(61)씨는 "무덤 자리는 영험하기로 소문난 태봉산 본령이며 195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제(祭)를 올리던 신성한 곳" 이라며 "잇따르는 액운을 막기 위해서는 이 곳에 묻혀 있을 시신을 파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보은 교육청은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이씨를 상대로 무덤 조성 여부를 조사한 뒤 불법으로 묘지가 조성됐을 경우 이장시킬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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