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사와 승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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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사와 승객
  • 김옥란
  • 승인 2022.05.12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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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나는 속리산에서 서울 가는 새벽 첫차를 탔다. 보은에 이르렀을 때 나이 지긋한 중년신사와 아주머니가 탔다. 그러니까 승객이 총 세 명이었다.
아주머니 승객이 창리쯤 가다가 버스 기사님에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기사님, 영수증을 왜 안 주세요?”
기사님이 “영수증이 필요하세요?” 하고 아주머니 승객에게 물었다. 승객 아주머니는 “당연히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하고 도발적으로 말한다.
“손님들이 영수증 달라는 분이 없어서 안 드렸는데,필요하시면 드리지요.”라는 기사님의 말에 아주머니 승객은 “영수증을 받아서 지니고 있어야 청주에서 차를 갈아타든지 이 차를 계속 타고 가든지 할 것 아닙니까?”하고 사납게 말했다. 기사님은 “제가 아주머니 서울까지 가시는 것 알고 있는걸요.” 하고 대답했다.
기사님은 그때까지 친절하게 그 아주머니 승객을 응대했다. 하지만 남자의 자존심에 마냥 참고 운전만 하기는 어려웠나 보다. “아니, 그런데 말입니다. 아주머니, 영수증 달라는 말을 왜 그리 화를 내며 말합니까?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하고 운전기사님도 불멘 목소리를 낸다.
아주머니가 “내가 뭔 화를 냈다고 그래요?”라고 우악스럽게 쏜다. 이쯤 되면 착한 기사님도 더는 참을 수 없으리라.
기사님은 승객 아주머니에게 뭐라고 했고, 언쟁은 나의 도착지인 청주까지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기사님은 오늘도 진종일 운전을 해야 한다. 수많은 승객의 안전이 기사님에게 달려있다. 승객인 우리를 위해서 안전운전을 해주는 고마운 기사님을 위해 그 아주머니는 처음부터 부드럽게 말하면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것 같았다.
“굿모닝,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용기를 내어 한껏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침묵을 지키고 잠자코 그 차에 타고 있던 승객인 나의 이 돌발 멘트는 얼마나 뜬금없는가! 코미디 같기도 하고 희극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모두 깜짝 놀랐는지 일순간 버스 안은 조용해졌다. 그 틈을 타서 나는 얼른 “이 차는 첫차예요. 지금은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아침이에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서로 친절하면 목적지까지 즐거울 것 같습니다.”라고 두 번째이자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내가 나선 때문인지 그 순간부터 차 안은 다시 평화로워질 수 있었다.
오늘은 대한민국 제 20대 대통령 취임식 날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아침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는 바로 그 시간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이 나라를 잘 운전해 나가도록 우리 모두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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