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말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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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말고 놀자?
  • 송진선
  • 승인 2002.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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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련의 군정 운영의 실책으로 인해 공무원들이 크게 의기소침해 있다. 욱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일고 있자 이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차라리 그럴 바엔 사업 구상해서 예산 따기 위해 중앙정부에 아쉬운 소리 할 것도 없고 그냥 중앙의 시책 사업이나 하고 ‘땡’ 하면 퇴근하는게 속편하다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에 없던 사업을 만들어서 시행하다 자칫 시행착오라도 겪으면 군청 내에서는 물론 의회에서도 곤혹을 치르기 때문이다. 공무원으로서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하지만 최근에 문제가 되는 것이 모두 전에 없던 사업을 만들어서 시행하다 걸림돌에 부딪힌 것들이다. 사업을 계획해서 시행하는 사업부서는 더욱 곤혹을 치르고 있다. 당부서 직원들은 하나같이 군 정기 인사 시 해당 부서를 떠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한가한 부서, 어려운 사업이 없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런 곳에서 근무하면 특별히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없기 때문에 도나 행자부, 감사원 감사에 지적돼 문책을 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고 의회에서도 크게 지적을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담당 부서의 직원들이 문제가 되는 사업으로 인해 얼마나 많이 시달리고 그동안 겪은 고초(?)가 컸음을 알고도 남음직 하다.

요즘은 출근을 하고서도 퇴근 시간이 몇 시간이 남았느니, 하는 식으로 자포자기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즉 일을 만들어서 하지 말자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서 지역을 특화시키고 어떻게든지 지역 주민들이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얼마나 큰 손해인가. 인구 4만명 남짓. 내년이면 4만명도 안되는 대한민국 전체에서 가장 못사는 지역 중의 한 곳인 보은군.

그곳에서 사는 농민도 의기소침해 있고 상인도 의기소침해 있고, 지역에 사업을 하는 경영자들도 의기소침해 있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에게 앞으로는 형편이 나아질 수 있다고 희망을 주는 새로운 정책을 펴야 하는 담당자인 공무원들마저 의기소침해 있다면 이 지역에 정말 희망이 있을까 싶다. 물론 일이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해당 공무원들의 잘못이 무엇보다도 크다.

사업을 추진하기 전 또는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전 사업을 시행하면서 오는 장·단점을 파악하고 단점을 분석해 이를 보완,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사업으로 인해 미치는 파급 효과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뒤따랐나에 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 추진시 공청회나 설명회 등과 같이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았는가,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데 따르는 법령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시행했는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사전 검토를 충분히 하지 않고 장밋빛 계획만 수립하고 우선 추진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부치다 중간에 걸려 넘어져 혼나는 것이 사업후 두고두고 속썩이는 것 보다 낫다.

어떤 사업이든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행정 경험 몇 십년, 해당 부서에서 몇 년간 묵으면서 지낸 전문가 집단인 공무원들은 이를 최소화 해야 하는 책임이 분명히 있다. 의기소침해 있는 공무원들이 입버릇 처럼 얘기하는“일을 벌이지 말고 주어진 일만 하자”는 무소신이 아니라 소신을 갖고 지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본분이라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그런 공무원들에게 이제는 격려를 해줄 때가 된 것 같다.


<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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