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의 할머니와 함께한 덕대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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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할머니와 함께한 덕대산 산행
  • 김태혁 실버기자
  • 승인 2021.06.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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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향수의 전통시장만들기에서 대형냉장고를 경품으로 받은 이동호 할머니가 이를 어예선 노인회장에게 기탁하고 있다.
2019향수의 전통시장만들기에서 대형냉장고를 경품으로 받은 이동호 할머니가 이를 어예선 노인회장에게 기탁하고 있다.

 덕대산 아랫마을 수한면 거현리 새터에 8년 전 귀촌한 나는 “거동이 불편해 뒷산조차 가보지 못해 한번만 가 봤으면 좋겠다.”하는 마을에서 가장 연장자이신 이동호(95) 할머니의 작은 소망을 7년째 년째 이루어드렸다.
이 할머니는 봄, 가을이 되면 젊은 시절이 그리워 늘 “이제 가 보면 마지막”이라며 기뻐하고 고마워했다. 그게 벌써 7년째로 지난달 25일에도 이동호 할머니께 덕대산을 가자했더니 좋아라 하며 그것도 외출이라고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셨다.
 오전 10시 이동호 할머니를 운전석 옆 좌석에 모시고 마스크에 안전벨트 조여 매고 출발해 문티재까지 거현 마을 전체를 한 바퀴 돌아봤다 .
 할머니는 변한 마을을 보며 “작년에는 없었는데” “저 집은 스레트 였는데 기와로 지붕을 새로 했네”하시며 변한 마을을 설명 하신다. 천천히 덕대산 임도를 통해 산림으로 들어서니, 우거진 산천초목은 맑은 공기로 반겨주고 금적산 주령의 꽃바람이 차창을 때린다.
 차창을 다 열어 놓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굽이굽이 돌며 갔다.
한 골짝 돌아서니 “옛날에 여기까지 와서 땔 나무를 했다” 하시고 한 구비 돌아서면 “저위 골짜기에 가면 버섯이 많이 있다” 또 한 골짝 돌아서면 “저기 저 위에는 고사리 밭이 있어 치마폭에 가득 꺽어 왔다”시며 옛날을 떠올리며 현실 인양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오늘 보면 언제 다시 한 번 볼수 있을까, 왜 안 죽는지 모르겠다는 매일 하는 소리 콧노래 삼아 들으며 1시간여의 산행을 마쳤다.
 한해가 다르게 쇄약 해지는 할머니를 보면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이 마을 사람들의 바람이지만 세월이 야속한 것은 분명하다.
한편, 이동호 할머니는 2년전 전통시장만들기에서 경품에 당첨되어 받은 200만원 상당의 대형김치냉장고를 마을에 기탁하는 등 주민과 함께 살고 있다.
 올 가을에도 이동호 할머니 모시고 단풍이 붉게 물든 덕대산을 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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