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살리는 길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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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살리는 길은 …
  • 보은신문
  • 승인 1997.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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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호선(탄부 사직, 방송인·수필가)
우리 경제가 깊은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나는 기업인들도 요즘과 같이 어려운 때는 처음이라고 이구동성들이다. 지난해 무역 적자가 무려 2백억 달러를 크게 넘어섰는가 하면, 올 들어서도 『한보철강』을 비롯한 굵직한 대 그룹들이 맥없이 쓰러졌고 『진로』와 『기아』그룹마저 사실상 부도와 다름없는 부도 방지 협약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우리 경제는 총체적이고도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저효율 고비용이 주요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꼬 그런 탓만은 아닌 성 싶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자포자기 식의 기업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하니, 어쩌다 우리 경제가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한심스럽기까지 하다. 하루에도 중소기업 수십 개씩이 쓰러져 기업은 도산하고 실업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늘의 경제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돼 온 것이 사실이다. 국제화니 세계화니 하고 캐치프레이즈만 요란했을 뿐, 사실상 W.TO나 OECD체제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안일한 자세만을 취해 온게 아닌가 한다.

물론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기업과 근로자들에 이해를 구해야 했고, 근로자도 기업이 살아야 직장이 보장된다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배가 망망대해를 지나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려면 기후 조건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풍부한 경험을 지닌 선장의 선견지명과 항해 기술이 뒷받침돼야 함은 물론이다. 제반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았지만, 선장격인 정부가 배의 방향을 잘못 잡아 준것이 경제 흐름 자체가 오늘처럼 왜곡된 첫째 원인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힘을 모아 배를 저어 간다 해도 배의 방향 설정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한다면, 힘은 힘대로 들이고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격이 되고 만다. 근래 들어 돌아가는 우리 경제 꼴을 보노라면 바로 이 모양이 아닌가 싶다. 정부 당국의 경제 해법도 그렇거니와 무엇보다 일찍 위기 의식을 절감하고 철저한 대비를 했어야 마땅했다. 지금 우리 경제는 3기에 접어든 암환자에 비유할 정도여서 자연히 치유기간도 길 수밖에 없고 고통의 감내도 클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오늘 우리 경제가 처한 현주소라면 과장일까?

최근 경제의 심각성과 함께 또 하나 어두운 그림자를 보는 것 같아 놀랍기만 하다. 학원 폭력 사태는 극치에 이르렀고, 청소년들의 의식구조도 크게 잘 못 돼 있어 한없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아무리 개성 만능 시대라곤 하지만 주체 의식이 너무 희박하다는 것이다. 외제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착각하는 그릇된 생각에 주체성마처도 상실된 게 아닌가 싶어 때론 한없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청소년들이 매고 다니는 배낭을 보면 거의가 미국 제품이요, 또 어떤 청소년은 대문짝만한 큰 성조기에 U.S.A라고 새겨진 셔츠까지 입고 다니는 꼴불견도 쉽게 볼 수 있다.

한심하다 못해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청소년을 보노라면 이들이 이조말 이(李) 아무개와 같은 위치에 있다면 나라까지 팔아먹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것 같아 무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물론 내고향 보은의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으리라 확신하고 싶다. 과욕인지 모르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태극기와 KOREA란 마크가 새겨진 셔츠를 자랑스럽게 입고 활보할 수는 없을까? 그래서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도 일조를 하고, 한국 젊은이의 기개와 자존심도 한껏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오늘의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은 단방의 뾰족한 묘안이 있을 수 없다. 있다면 "네 탓보다는 내 탓"이란 인식의 공감대 속에 지금이라도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방향 설정을 똑바로 제시해서 국민 각자가 맡은 바 일에 충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길이 열려 있을 뿐이라고, 감히 제언하고 싶은 것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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