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이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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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이해로부터
  • 보은신문
  • 승인 1997.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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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규(보은고등학교 교장)
「야 임마! 내가 너만 했을 때에 6·25전쟁이 일어났는데, 그때는 먹을 것이 없어서 굶기를 밥먹 듯했어」
「아빠도 참, 밥이 없으면 라면 끓여 먹지 그랬어요? 」
「그 뿐인 줄 알어? 피난을 가는데 기차도 못타고 트럭도 못얻어 타게 되니까 걸어서 부산까지 가야만 했단다」
「어휴! 아빠, 답답하네요. 기타나 트럭이 없으면 자가용 타고 가지 왜 그 먼길을 걸어가요?」

전전세대인 아버지와 전후세대인 아들간의 대화로서 현대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내용의 이야기다. 이 대화를 놓고서 많은 사람들은 젊은 세대들의 철없음을 비판하고 어처구니없어 하며 매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같은 비판의 시점은 어디에다 그 잣대를 놓고 잴 것인가하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만 보는 시각이요, 흔히 말하는 신세대에 대한 이해의 여지는 전혀 없다.

신세대인 젊은 청소년들이 그 때 당시의 상황을 모르는 것만 철없다고 나무랐을 뿐이지 누가 그들에게 그 당시의 사정을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준 사람이 있었던가?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판단한다면 자연스러운 그들의 생각을 나무라기 보다는 그들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어른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즐겨 부르는 팝송이나 랩등의 빠른 템포의 댄스음악을 천반하다거나 경망스럽다고 꾸짖고, 기성세대들이 부르는 뽕짝이나 느린 템포의 음악을 강요하기 보다는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해줌으로써 공존과 믿음의 세계가 이룩되지 않을까?

요즘 청소년 폭력, 특히 학교폭력이 극성을 부려서 세인들을 놀라게 하고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을 학교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아주 잘못된 생각이며, 위험한 생각이다. 교육은 가정교육이 기본이 되어 사회교육이 뒷받침되고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하고 가정, 사회, 학교의 3위일체 교육이 모두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교육이 이루어질 때에 올바른 교육과 함께 청소년들을 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다.

가정에서는 자녀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하여 청소년들이 비뚤어지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사회에서는 이들을 백안시하며 기피하여 사회로부터 소외당할 때 문제학생이 발생하게 된다. 이들을 가정과 사회에서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그들에게 관심을 쏟아 이해해 주고 믿음을 주어 학교에서는 충실하고 자상한 학습지도와 인성교육으로 건전한 청소년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이 시각에도 거리를 배회하고, 뚜렷한 목적의식없이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많이 발견된다.

무조건 꾸짖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따뜻한 말한마디와 지도의 손길이 필요하다. 기성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고 감싸주면, 신세대의 청소년들이 기성세대의 지도를 따르고 호응할 때 이 사회는 정말로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며, 문제청소년도 줄어들 것이다. 바로 믿음은 이해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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