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텃밭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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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텃밭에 대하여
  • 김종례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1.28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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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들어 눈이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신께서 밤새 지으신 무명이불 같기도 하며, 하얀 은어처럼 내리는 초설은 나이가 들어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나도 초설 같은 마음의 도화지 위에 홍유성죽 근사한 모뎀을 그려놓고, 작심삼일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지성을 드리던 1월이었지만, 아무래도 이것 역시도 습관의 노예가 되어버렸나 보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노라면, 좋은 습관의 그림자와 나쁜 습관의 그림자가 투명한 거울에 비추듯이 자신을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지금의 나’에서 ‘내가 원하는 나’로의 웰-라이프의 지향은 무의식의 텃밭에 심겨진 습관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질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과 삶의 빛깔을 송두리째 통제하고 있는 것은 일상의 작은 습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2주 전에 기고되었던 ‘습관은 운명을 바꾼다’를 읽고 나니, 오래전 교사 시절부터 보관하고 있었던 습관에 대한 답안지 1장이 생각이 나서 소개해 본다. 늘 독서삼매에 빠져있던 젊은 어느 날, 내가 낡은 책갈피에서 만났던 이 답안지는 누가 쓴 귀한 보석인지는 몰라도, 내 삶의 여정에 촉매역할을 해 주었던 신기한 답안지로 남아있다. 스스로 자부하였던 오래된 습관의 실체가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뇌 안에서 자기화 고정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바꾸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내 영혼의 문고리에 단단히 걸려있었던 부정적인 습관의 족쇄가 삶의 운영자인 자신을 잔혹하게 파괴하고 있음을 깨닫곤 하였다. 그동안 해가 바뀔 때마다 종종 이 답안지를 꺼내 보면서 습관 바꾸기에 전력을 다하며 진땀을 빼기도 하였었다.
‘나는 당신의 영원한 동반자! 또한 당신의 가장 훌륭한 조력자! 당신에게 가장 무거운 짐이 되기도 하지만, 당신의 성공을 돕기도 하고, 실패의 나락으로 추락시키기는 장본인이지요. 나는 전적으로 당신의 하인에 불과하겠지만, 당신 삶의 90%가 내 힘에 의해 좌우된답니다. 나는 위대한 사람들의 안내자일 뿐 아니라, 실패한 모든 이들의 동행자이지요. 당신은 인생의 성공을 위해 나를 사랑할 수도 있고, 삶의 실패를 위해서도 나를 애용할 수도 있습니다. 1가지 분명한 건 당신이 어찌되든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하니 나를 절대적으로 착취하시오. 나를 훈련시켜서 확실하게 당신 것으로 만든다면, 나는 당신의 발 앞에 무엇이든지 바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를 홀대하고 가볍게 여긴다면, 당신을 파멸의 길로 인도 할 수도 있습니다. 부디 나를 망각하지 마십시오. 내가 누군지 아십니까? 난 바로 당신의 습관입니다.’가 내가 보관하고 있는 답안지 1호의 내용이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삶의 연출에 안간힘을 쓰며 매달린다. 연출이 바뀌면 운명이 바뀌는 배우와도 같은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미 수많은 선견자들까지도 ‘성격을 바꿔주어 인생의 사명감을 정립시켜주며, 인생의 운명까지도 내통함으로써, 모든 것을 주관하고 조율하는 것은 일상의 습관’이라고 규정하였다. 즉 상위요소인 성격, 성공, 운명, 행복의 하위요소는 단호히 습관이라 할 수 있겠다. 의식을 잠재우면 저절로 깨어나는 무의식의 텃밭에 숨겨져 있는 모든 습관들은 마인드 콘트롤로 해결되기가 쉽지 않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이미 난 길을 없애는 것보다 새 길을 더 크게 내면, 자연히 옛길은 수풀에 덮여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듯이, 우리의 뇌에 부정적인 습관에 선전포고를 하는 동시에 긍정적인 습관을 인식시키는 일이 관건이라 할 것이다.
 물론 오래된 습관의 변신은 두렵고도 쉽지 않겠지만, 무언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해도 새해가 아닐 것이기에, 연초에 과감히 바꿔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자신의 뇌에 새로운 스타일의 설빔 한 벌을 선물하는 기분으로 익숙해진 나쁜 습관과 용감한 결별을 선언해 봄직한 1월은 참 신선한 달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새로워져서 먼저 건네는 작은 인사 1마디의 습관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행운을 가져올 수 있기에 그러하다. 우리 모두가 좋은 건강 습관 한 가지라도 잘 실천함으로써, 바이러스와 거뜬히 맞설 수 있는 신축년이 되기를 기원해 보는 시점이다. 나쁜 습관과 관념들이 자기 내면에 깊숙이 둥지를 틀고 앉아 있어도 미처 알아채지 못하던 어리석은 존재에서 탈피하기를, 스스로 자책하던 1월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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