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철새들의 날갯짓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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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철새들의 날갯짓처럼
  • 김종례 (시인, 수필가)
  • 승인 2020.12.3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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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무상무념에 잠기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고요하던 성탄의 밤도 지나가고, 서로의 존재가치 소중함을 절감하며 섣달그믐밤을 맞이하고 있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예까지 잘 견디면서, 참으로 피멍들게 달려온 경자년 한해가 아닌가! 이파리 무성했던 풍요로웠던 계절을 다 잊으려는지, 간신히 버티고 있던 까치밥 하나도 제 얼굴을 다 지워내 버렸다. 마치 부적응의 부작용도 의식하지 못한 채, 코비드 이전의 일상을 잊어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코비드 기원에 대한 우한연구소 관련된 시사나 온난화위기 환경적 원인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람되게도 마지막 석양 앞에서 신적 존재론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심리는 또 무엇일까?
 종교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의 한계점에 던져주는 경고장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은 우주섭리와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지나친 과욕으로 창조주의 뜻을 어기며 살아왔다는 점. 신은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지우개로 지구와 인간의 과부하 된 노폐물을 처리하고자, 벽을 세우는 작업을 하셨다는 점. 점점 파괴되어 가는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주시고, 밀접 밀집의 병폐를 근절시키고자 마스크 인류를 출현시켰다는 점. 덩달아 따라온 경제위기로 화폐의 투자가치와 물질만능 정신을 맥없이 무너뜨렸다는 점. 열강나라 열강기업 대단위 집단에 더욱 큰 부담을 주어 모든 인류의 평등함도 조성하신다는 점. 드디어 파괴된 우주 질서를 회복하고 오염된 지구와 인류를 살려내고자, 마치 리모콘 조작을 하시는 듯 섬뜩하고 경이롭다.’이다. 백신의 출현으로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해도, 그 다음에는 또 어떠한 팬데믹이 우리 앞에 펼쳐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시대에, 누구든지 구약의 노아의 홍수를 한번쯤은 떠올려 보았음직도 하다.
 이러한 신적 존재론을 의식했다면 인류 공동체 운명에 던져진 공동과제도 포용하며 가야 할 것이다. ‘진정한 깨달음이 있은 후에는 진실한 사랑의 회복을 위하여 모두 앞장서라고, 우리가 잊고 살았던 태어날 때의 둥근 마음, 본래의 초심을 다시 찾으라고, 오만과 독선과 편견에 묻혀 오리무중인 원리원칙 진실을 다시 밝히라고, 그리고 영혼을 치유하고 지구환경을 살리는 일에 모두가 동참해야 모두는 살아 날수 있을 거라며, 젖은 수건에서 물을 짜는 것보다 마른수건을 한번더 짜서 물방울을 만드는 심정으로 벽두새벽을 맞이하라.’는 신의 메시지가 들려오지 않는가! 
 ‘분재는 가지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노화한다.’ 는 말처럼,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을 것이다.’ 라는 각고의 신념으로, 반전의 돌파구를 찾아내야 할 새해 새 날을 맞이하는 시점이다. 
 매서운 북풍설한 속에서 피어나던 설중매의 기상을 품었으며, 두꺼운 얼음장 밑으로 헤엄치는 물고기 떼의 유영을 바라보며, 눈보라 밭고랑 속에서도 싹을 틔우는 보리밭을 밟아가며 자란 어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절망이 클수록 삶에 대한 소망의 사다리는 높다랗게 놓일 것이며, 오아시스 샘물이 있기 때문에 사막의 절박함도 신비롭게 다가온다는 걸 말이다.
 거울을 마주한 듯 말갛게 투영시키는 마지막 석양 앞에서, 우리는 지난 한해를 응징하고 가슴 아파할 겨를이 없는지도 모른다, 마지막 가속페달을 밟아대는 저 초침소리 앞에서, 오로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함이 마땅하다. 혹독한 시련도 없이 성취감은 오지 않을 것이며, 피나는 단련도 없이 명검의 날은 빛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두운 지평선 끝에서 반짝이는 희망등대를 바라보며, 모두 함께 건너야 할 시련의 터널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희망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 된다. 신성한 새해 새 빛을 바라보며 그냥 있는 힘을 다해 반전의 액션을 한다면, 구름 뒤에 숨어있던 태양은 다시 찬란히 비출 것이며, 질풍노도의 밤을 달려온 돛단배는 반드시 도달하리라. 제 둥지를 뒤돌아봄도 없이 창공을 나는 저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처럼 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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