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지적 품격이 스며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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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지적 품격이 스며있는 글
  • 보은신문
  • 승인 2020.12.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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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충암 김정선생 500주기 기념 11편

본지는 우리지역 출신으로 기묘명현 중 한 분인 충암 김정선생(1486~1521년) 500주기를 맞아 그를 조명하는 기획물을 준비했습니다. 기획 취지에 동의해준 김병서 필자께 지면으로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지면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필자가 소개하는 국역 충암집 내용을 가감 없이 독자들께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글이지만 500년 전 귀향지 제주에서 절명한 보은 출신 충암 김정 선생의 삶을 반추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는 필자의 말을 독자들께 드리는 인사로 대신 전해 드립니다. 본보의 취지에 동감하는 독자들의 성원과 투고를 통한 많은 참여가 있길 기대합니다. -편집부-



아래의 작품들은 충암을 대표하는 한시들로 평가받고 있고 “조선시대 한 시 읽기(상,하)”에 수록되어 있는 글로 저자인 원주용 교수의 설명을 위주로 살펴보았다.

- 次義之冬至韻(차의지동지운) -

玄機無外亦無停 / 誰識虧盈造化形 (현기무외역무정 / 수식휴영조화형)

萬物未生凝涸處 / 一陽萌動暗回靑 (만물미생응학처 / 일양맹동암회청)

하늘의 이치는 무궁하고 또 멈춤도 없으니 / 누가 이지러지고 차는 조화의 모습을 알겠는가

만물이 자라지 못하는 얼거나 마른 곳에도 / 하나의 양이 싹터 움직 이면 몰래 푸른빛으로 돌아오네 *국역 충암집 상권 295쪽

원주용교수는 이 시는 의지(義之)의 “동지(冬至)” 에 차운한 것으로, 성리학적 가치 관에 기반을 둔 우주론적 사고를 읽을 수 있는 시가고 평가한다.

“하늘의 이치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고 생생불식(生生不息)하여 멈춤 도 없다. 그러므로 가득 찼다가 이지러지는 조화의 형상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만물이 자라지 못하는 차가운 곳이나 물이 없는 마른 곳에서도 양(陽)이 한번 동하여 양(陽)의 기운을 뿜으면 아무도 모르게 푸른 생명의 빛이 다시 살아난다.”

- 籠中鴨(농중압) -

主人恩愛終非淺 / 野性由來不自除 (주인은애종비천 / 야성유래부자제)

霜月數聲雲外侶 / 籠中不覺意飄如 (상월수성운외려 / 농중불각의표여)

주인의 사랑이 끝내 얕지 않은데 / 유래된 야성은 스스로 없애지 못했네

서리 내린 달밤 구름 밖에서 우는 짝을 / 새장 속에서 깨닫지 못하고 떠돌기를 생각하네 *국역 충암집 상권 302~303쪽

새장 속의 오리를 보고 지은 것으로 자신을 오리에 빗대어 놓고 현실 속에서 벗어나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기를 바라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새장 속의 오리에게 주인이 깊은 사랑을 주었는데, 오리는 야성을 버리지 못하고 새장을 벗어나려고 한다. 서리 내린 가을밤, 오리는 새장 속에 갇혀 있기 때문에 구름 밖에서 우는 기러기의 마음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새장을 벗어나 땅 위에서 떠돌기만을 생각하고 있다.”

날지 못하는 기러기를 충암으로, 주인을 임금으로, 새장을 조정으로 비유해 볼 수 있다.

- 題塔山龍巖(제탑산룡암) -

千尺巖崖傍碧流 / 如今佳會飮芳醇 (천척암애방벽류 / 여금가회음방순)

若將此樂爲圖畵 / 作我千年長醉人 (약장차락위도화 / 작아천년장취인)

천 척 바위 벼랑 곁으로 푸른 물 흐르고 / 오늘 같은 좋은 만남에 향기로운 술 마시네

만약 이 즐거움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 나는 천 년 동안 술 취한 사람 되겠지 *국역 충암집 하권 91~92쪽

원주용교수는 “이 시는 탑산의 용암에 쓴 것으로, 시중유화(詩中有畵)가 잘 표출된 시”라고 평가하고 있다.

“탑산의 용암에 올라 보니, 높은 바위 벼랑 옆으로 푸른 물이 흐르는 빼어난 경치가 펼쳐져 있다. 그 좋은 경치를 바라보니 너무 기뻐 술을 마시며 즐기고 있다. 만약 이러한 즐거움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천 년 동안 그림 속에 술 취한 사람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 이어짐) /김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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