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따오신 파란 고추에는
하얀 돈이 눈부시게 들어있다
어머니가 따오신 빨간 고추에는
누우런 황금이 가득 차 있다
자식처럼 키운 고추를 머리에 가득 얹고
어머니는 오십리 시장으로 달려간다
어머니의 고추는 할아버지가 되어 돌아온다
손 안에 차곡차곡 쌓이는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자식들의 책이 된다
어머니는 한번도 편히 먹어보지 못한
가족들의 흰 쌀밥이 된다
어머니가 되어보니 어머니의 고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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