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는 골목에 능소화 만발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라 했던가.
집 앞에 핀 능소화 옆집을 넘보니
양반 꽃이라 했는데, 어찌 그럴 수가
대문 곁에 눈부시게 핀 능소화
옛날 소화란 궁녀가 단 한번 성은을 입고
빈이 되었으나, 그 후 다시는 오지 않는
임금님을 기다리다 요절한 넋이 꽃으로
피더니, 지금도 사뭇 담 너머를 기웃댄다
너는 어찌 암술 하나를 수술 넷이 감싸고 있느냐
암술을 포위하고 있는 것인지, 긴 수술은 꼬마벌이
짧은 수술은 왕벌이 주로 찾는다지
능소화는 일편단심 임금님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허구한 날 벌 두 놈이나 와서 늘 집적거리느냐
임금님께 들키면 육시를 당할 수도 있을 터인즉
무엄하기 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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