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배울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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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배울 게요
  • 南江 오 계 자
  • 승인 2020.08.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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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개 맛이 왜 이려?” “걍 먹어둬요.”
  결혼 초 우리는 이랬었다. 반세기 전인 듯싶다.
  올케들이 많은데다 중학교부터 객지에서 공부를 했으니 설거지도 안 해보고 시댁으로 왔다. 우리 어머님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게다가 꽁보리밥은 고봉밥을 담으면 모래처럼 자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친정엔 아주 싱겁게 먹는 편이고 시댁은 또 유난히 짜게 드시는 편이라 음식 닝닝하다는 핀잔을 참 많이도 받았다. 나는 나대로 온 정성을 다해 노력하지만 아궁이에 활활 타는 불 지피다보면 밥이 끓어도 밥솥에 얹어 쪄야하는 반찬감들을 준비 못한다. 일일이 잔소리하는 것도 할 짓이 아니고 아마 어머님 속은 속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날, 그이가 하는 말 “밥하는 게 그렇게도 어렵니?” 하는 걸 보면 자기도 좀 민망했나보다. “장작도 아니고 앉아서 불 때는 것 만으로도 난 긴장 상태거든요, 불은 활활 타고 정신은 없고 반찬 준비 언제 해요. 밥 할 때 불 좀 때줘.” 했더니 하는 말이 글쎄 “엄마가 그러는데 사내가 부엌에 들어가면 거시기 떨어진데 그래도 괜찮겠어?” 핑계하난 잘 끌어다 붙인다. 시골 생활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내 탓이니 누굴 탓하랴만 어머님이나 가족들에겐 많이 미안하지만 남편에게는 미안함보다 야속함이 더 많았다.
  노래를 잘 부르는 건 가수나 성악가의 몫이고 우리에게 노래란 불러서 즐겁고 들어서 즐거우면 되는 것 아닌가. 음식의 맛이 뛰어나는 것은 요리사의 몫이고 주부들은 살면서 가족의 입맛을 감지하고, 손맛을 터득하는 것이니 살아가며 배우고 배우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남편을 설득하면서 넘어 왔다. 사랑이라는 조미료를 가미해서 먹어 달라는 말은 차마 낯간지러워 못했다. 그렇게 살아오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살아 오다보니 제법 내가 담근 김치는 어김없이 엄지척이다. 명절이나 기일에는 내가 끓인 탕국의 인기가 최고다.
하지만 반세기 동안 아직도 터득 못해 살아가며 배워야 할 것들이 새록새록 나타난다. 토마토 모를 심어 놓고 가지가 움틀 무렵 웃순을 따주면 가지가 많이 생겨서 더 풍성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순을 똑똑 따 줬더니 지나가시던 동네 어른 말씀이 원줄기와 큰 잎가지 틈새에 생기는 순을 따주는 거라고 하신다. 그렇다면 가지를 생기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닌가 싶어서 그냥 내 방식대로 해버렸다. 그랬던 것이 키는 작고 지나치게 가지가 풍성해서 둥지와 뿌리가 지탱을 못하고 지주를 박아서 묶어주지만 감당이 안 된다. 어른이 시킬 때 듣지 않은 탓이다. 토마토 다섯 포기에서 땅에 누워버린 가지까지 제법 따 먹겠다고 기대 했지만 그 행복은 새들이 다 앗아간다. 오늘 하루만 더 익히면 내일은 따겠다고 찜해 놓으면 다음 날 나보다 먼저 새들이 토마토 배를 활짝 열어 놓고 심심풀이로 파먹는다. 블루베리도 초기에는 풀 뽑다가 갈증 나면 제법 따먹었는데 이젠 맛도 못 본다. 이걸 어떡해. 웃고 넘기던 문제가 슬슬 약 오른다. 산비둘기에 꿩, 까치 등 이름 모르는 새들까지 우리 집 뒤 텃밭은 새 공원이다. 고양이가 참새를 잡는다면 누가 믿을까. 늘 보던 동작이라 익숙해진 고양이가 돌담에 도사리고 있다가 감나무 가지에서 참새가 인적이 없음을 감지하고 밭으로 내려오는 순간 고양이가 뛰어서 물고 내려오는 괴이한 광경을 주방에서 보고 아들과 둘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농약 체소 먹겠다고 풀독이 올라 고생을 하면서도 씨앗 살살 묻어주고 농약 대신 소주를 물에 타서 뿌려주기도 했지만 허사다. 풀과의 전쟁에서도 패하고 벌레들과의 전쟁도 참패다. 내 텃밭에서 내 몫을 찾아 먹을 방법도 아직 배우지 못했다. 힘든 시기 다 넘기고, 살면서 터득하리라 했던 일들도 어지간히 몸에 익어 가는데 반세기를 함께한 생활 터전에 계속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여적지 배워도 아직이니?” 할 말이 없다. 살면서 배우겠다고 했지만 이렇게 평생 연속이 될 줄은 몰랐다. 세상 마지막 날까지 배우며 살고 살면서 배우는 삶이 인생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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