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과 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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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상사
  • 김종례 (시인,수필가)
  • 승인 2020.07.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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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정자 느티나무 아래 앉아서 여름의 들판을 내려다본다. 불타는 듯이 작열하는 정오의 태양과 막힘없이 넘실거리는 들바람이 자유롭게 열애중이다. 초딩 아이처럼 연둣빛 살을 앙증맞게 비벼대던 벼포기는 청소년의 기상처럼 진록의 물결로 넘실거리고, 어제보다 한 뼘은 더 자라난 밭곡식들도 살랑대며 저마다의 사인(Sign)을 보내온다. 웃자라지도 덜 자라지도 않으며 어깨를 나란히 동고동락하는 빛의 열매들은 상생 그 자체이다. 잡초들도 서로 등 기대어 버티다가, 함께 쓰러져 앓다가도, 다시 손잡고 일어서며 상생하는 모습은 참 가상하다. 믿음과 확신을 보여주는 뿌리의 자맥질이 비타민을 퐁퐁퐁 내뿜는 여름 들판에 상사의 존재는 없는 듯하다. 오로지 대궁까지 시퍼렇게 전이되는 논밭에 매듭의 앙금을 풀어주는 바람의 열정이 companion 공동체를 이루었다. 생명전자 태양아래 상생의 열매들이 내 마음의 감기조차 훌훌 날려 보내는 이유이다. 빛의 열매는 진실함, 의로움, 성실함에 있다고 하신 말씀도 생각나는 이유이다. 
 companion 공동체란 협의로는 빵을 나눠먹는 동무란 뜻이고, 광의로는 동고동락을 함께 하는 동반자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사막의 동물들도 동종간에 생존방법 중 하나는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움직인다’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그러기에 싱그러운 비타민을 내뿜는 식물의 싱그러움보다도, 동고동락 companion 공동체인 동물의 세상보다도 더욱 아름다워야 하는 것이 사람의 관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과관계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해주는 상생의 동반자가 있는가 하면, 얼기설기 엮어진 상사의 관계로 마음의 폭풍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사람도 풀잎 위 이슬처럼 생명의 빛에 의지하는 연약한 창조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바이러스 장기우려의 여파로 뉴딜, 팬데믹, 뉴 노멀 등 낯설은 가치관이 정립되려는 시점에서, 국민생명, 경제위기는 물론, 공동체의 기반이 나날이 열약해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위치거리는 2m이지만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마음의 거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작은 공동체가 먹어야 할 companion 비타민이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미래지향적 비전으로 나가는 공동체의 원리나 수칙을 망각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도 companion의 동인이라  할 수 있는 이해, 배려, 인내, 자비, 양선, 온유, 화평 등을 존속시켜서, 사랑의 두레박과 믿음의 사다리를 돈독히 세워야 할 시점이다. 함께 꿈꾸는 미래를 바라보며 상생의 공동체를 만들어 갈 준비를 해야 할 지금이다. 혼자서 꿈을 꾸면 망상에 지나지 않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꿈과 재능을 공동체 성장에 기여하고 공유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비전도 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가족끼리 사랑의 동인을, 직장 노사간에는 배려의 동인을,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간에 믿음의 동인을, 사회에서는 수평관계 평등의 원리로, 국가에서는 국민 최우선의 균형잡힌 복지정책으로 모두가 아름다운 상생의 짝이 되도록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동·서양 고금 그 어느 조직에서도 독선으로 성공한 경우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을 예시로 들어봐도 그러하다. 상생의 짝을 만나 동반 상승하여 인생의 마무리를 역전한 이도 있지만, 상사의 짝을 만나 동반 하락하여 떨어져 가는 한 떨기 꽃도 있지 않은가! 독선의 행보로 서로를 비난하며 가는 상사의 짝보다는, 서로 상생의 꽃을 활짝 피워주다 박수 받으며 시드는 게 정도가 아닐까 싶다.
 눈에도 안 보이는 바이러스와의 힘겨루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견우직녀의 달  7월도 윤회의 고리 유성처럼 빠르게 지나간다. 싱그러운 한여름의 들판이 companion비타민 에너지와 소망의 확신을 보여주듯이, 우리도 상생의 비타민을 정답게 나눠 먹는 동반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하루 빨리 모두가 동고동락 상생의 공동체로 귀환되기를 기대해 본다. 작은 화초 한 송이의 희락과 잡초 한 포기의 환희, 그리고 우주섭리 빛의 열매가 충만한 여름 들판의 에너지가 독자 여러분의 삶에 스며들어, 자연에 못지않는 아름다운 상생의 삶으로 승리하시길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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