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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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보내며
  • 보은신문
  • 승인 199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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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인(보은여고 교사)
오랜 가뭄 끝에 단 비가 내렸다.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앞두고 이렇게 풍족하게 비가 내리니 비록 직접적으로 농사를 짓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그져 흐뭇하고 감사한 마음이 든다. 한 달간 비가 오지 않아 걱정이 많았을 때도 신록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밭에 옮겨 심은 고추모가 시들어 마음이 아렸을 때도, 아울러 한보사건으로 세상이 온통 절망과 탄식으로 간득했을때도 5월의 신록은 그 새로운 생명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생명의 아름다움에, 그것도 피어나는 생명의 건강한 아름다움에 감탄 하면서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들며 고개가 숙여지곤 했다. 하지만 우리의 시선을 저 피어오르는 신록으로부터 청소년들로 옮기면 우리의 마음은 그져 밝지만은 않다. 아니 밟지않은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안쓰럽고 불안하며 두렵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날이면 날마다 청소년들의 비행과 범죄와 탈선이 신문지면에 실리지 않는 날이 없으며 아울러 우리의 생활주변에서도 예의없고 충동적이며 거친 언행을 함부로하는 청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을 이렇게 만든 것일까?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이제까지 우리 사회를 이끌어온 기본원리는 성장제일주의였다.

그 강력한 표어 앞에서는, 물론 그것 때문에 우리가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다른 귀중한 가치들 이를테면 인권이나 분배의 정의,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등은 모두 설 땅이 없었다. 그결과 경제는 재벌에게로 편중되었고 사회는 부익부, 빈익부의 구조적 모순으로 일체감을 상실하였으며 삼천리 금수강산이던 우리의 국토는 이제는 외국에서 생수마져 수입해다 마셔야 할 정도로 심하게 오염되었다.

교육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세상이 모두 『성장』이라는 절대 목표만을 향해 치달린 때 교육도 역시 『성적』이라는 한가지 목표만을 추구해 왔고 그 결과로 지·덕·체의 조화로운 발달을 목표로 하는 전인교육은 철저하게 입시위주 교육으로 변질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사고방식을 발달 시켜야 할 학생들은 오직 점수벌레가 되어 새벽부터 밤늦도록 보충수업, 자율학습, 과외에 시달려 왔고 학부모들은 가정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갈 정도의 사교육비 부담에 고통스러워했다.

교육의 주체로서 君師父一體라 하여 존경받던 교사들 또한 참다운 교육자의 길에서 벗어나 지식의 단순한 전달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부모와 자식의 관계 다음으로 밀접하고 친근해야 할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었고 그 결과 「교사는 있으나 스승은 없고 학생은 있으나 제자는 없다」라는 말에 모두들 수긍하게 되었다.

어디 그 뿐인가? 학생을 축으로 해서 소중한 관계를 맺은 학부모와 교사는 교육의 동반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조하여야 함에도 그것과는 거리가 먼 서로 부담스런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을 어떻게 극복하여야 할 것인가? 나는 먼저 교사들이 제몫을 다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자신의 자식만을 끔직히 사랑하는 맹목적적 교육열에 불타고 있는 학부모들, 세칭 일류대학에 많은 합격자를 내는 것만이 교육의 완성이라고 생각하는 학교 책임자들, 교육을 성공과 축세의 통로로 여기고 있는 왜곡된 사회풍토, 이들 틈새에서 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사들은 더욱 의연하게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참다운 스승상을 세워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점수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무식한 교육풍토를 타파하여 울리의 청소년들을 보다 건강하고 건전하며 착한 아이들로 키우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학부모들의 그릇된 교육관을 바로 잡아주고, 정신보다 물질을 더 중시하는 오염된 사회풍토를 개선하는 일에도 모범을 보여야만 할 것이다. 그 길만이 스승의 날을 맞아 가슴에 꽃을 달아 주던 제자의 정성에 보답하는 길이요, 추락할대로 추락한 교권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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