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에게 용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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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에게 용기를 …
  • 보은신문
  • 승인 1997.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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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중심의 문화가 발전해야 사회 밝아진다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고개 숙인 아버지』의 가사를 읽고 있노라면 변하고 있는 세태를 대변하고 있다. 비단 명예 퇴직이나 조기퇴직을 하지않았더라도 보은 지방에는 이미 고개숙인 아버지들이 많이 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있거나 아내가 경제권이 있을 경우 생활고에 매달린 필요가 없는 많은 아버지들은 고스톱 등으로 소일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정에 경제력을 제공한다고 해도 일 하지 않고 생활속의 성실함을 보여주지 못하는 아버지는 이미 고개숙인 아버지에 불과하다.

남자의 영역에는 직장의 테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직장은 가장으로서의 힘의 원천이요 권위의 보루인데, 이 보루가 무너진다는 것은 남자로서의 그동안 쌓았던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미이다. 아버지의 역할은 가장으로서의 권위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가정 구성원의 유일한 희망이자 상징적인 존재이다.

남자에게 있어서 일이란 당연한 것이고, 힘을 쓰는 것은 가족을 위한 호구지책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고 살아 왔기에 세태가 변한 요즘에 부권의 위기는 당연지사로 받아지고 있다. 사실 아침 일찍이 집을 나와 하루종일 직장에서 일을 하며 받는 스트레스는 집안의 구성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다. 상사에게 혼이 나고 밑에 있는 동료에게는 쫓기고 있으며 자칫 일이라도 그르치면 책임 모면을 위하여 온갖 힘을 빌려 메워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를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非一非再인데, 요즘에 부쩍 혼자서 고민하는 아버지들이 눈에 뜨인다. 대가족제도에서 소가족제도로 변화하면서 슬그머니 경제권은 부인에게로 넘어가고, 자식들은 독립을 요구하며 경제력이 없는 아버지에게 이탈을 위한 자금을 청구, 어머니와의 힘 겨루기 또한 만만치 않음은 주위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아버지들이 옛날 가부장적인 시대를 요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미 동양권에서도 일본과 중국이 부권을 상실한지 오래됐고, 서양에서는 성의 차별은 금기시 되어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부권은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다는 점은 여성들로 하여금 인정치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고 「父權 의 일대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추락하고 있는 아버지의 위치와는 정반대로 어머니들의 힘은 상대적으로 막강해져 「남자는 죽도록 일하고 여자는 그 덕에 즐기며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머니들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직장을 갖고 있지 않는 아버지들의 괴로움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어찌되었든 직장과 가정의 균형있는 발전이 시급한 것은 틀림없다.

항상 아버지들 뿐이 아니고 가족의 구성원은 누구나 일을 하여야 하고, 고민을 공유하여야만 이 난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 가족중심의 문화가 발전해야지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정신건강 측면에서도 웃고 사는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 어머니들이여! 고개 숙인 아버지들에게 용기를 주고, 환한 웃음 속의 가정으로 모셔 와 자리를 만들어 따뜻하게 해줄 용의는 없는가?

<가정의 달 특별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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