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는데…손가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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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달을 가르키는데…손가락만?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0.07.0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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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수 주민소환이 종결 처리됐음에도 주민소환 여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군수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했던 청구인단이 서명부 공개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짐에 따라 정상혁 군수가 선관위에 요청했던 소환투표 청구인 서명부는 정식재판에 부쳐진 정보공개결정 취소 소송에 따라 최종 공개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
지난주 보도에 의하면 청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첫 심리에서 선관위는 주민소환 절차상 청구인 서명부를 공개 열람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생년월일 등 구체적인 개인정보를 빼고 부분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하지만 소환 청구인들은 읍면별로 구분해서 이름을 공개했기 때문에 누군지 특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서명부 공개 철회를 요구했다고 한다.
주민소환이 무산됐음에도 정상혁 군수가 서명부 공개를 고수하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보은군을 대표하는 수장으로 명부 공개를 철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에 남을 대사건으로 기록될 뻔했던 당사자였기에 그 심정 오죽 했겠는가 동정도 가지만 이미 주민들이 군수 주민소환에 대해 ‘그건 아니다’라고 의사를 표시했다. 게다가 군수 자신이 친일발언 논란을 불러온 당시 이장협의회 워크숍 특강에서 “성공하는 사람, 최후의 승자는 통이 큰 놈이다. 지도자는 통이 커야 한다. 통이 큰놈이 지도자가 되고 큰 인물이다”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정상혁 군수는 작년 8월 26일 보은군 이장협의회 워크숍에서 “우리가 세끼 밥도 못 먹던 가난한 시절 일본 돈 받아 산업단지를 만들었다”며 “일본은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다” 등의 발언으로 친일 논란을 불렀다. 이후 정 군수는 쏟아지는 공세에 못 이겨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저의 발언이 본의 아니게 일본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쳐져 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쳤다. 상처를 입은 군민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군수의 사과에도 민들레희망연대 등은 ‘정상혁 군수 퇴진운동본부’를 결성하고 군수 퇴진을 촉구하며 주민소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유효 서명인수에 못 미쳐 주민투표는 불발됐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서명자 4691명 중 원천무효 서명수가 306명으로 서명요건 4415 명에서 30표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 군수 측근세력의 부역으로 서명자들의 보호망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정상혁 군수 손아귀에 서명부 전체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주민소환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고 철회 배경도 들었다.
이와 달리 보은군수 주민소환 반대대책위원회는 “선관위 자체 심사결과 원천무효가 300여건, 보정이 필요한 무효 800여건 등 어림잡아 무효서명이 약1100여건으로 주민소환청구 관계법의 요건인 4415명에 크게 미달될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 위원회에 제보된 여러 유형의 불법 서명이 사실로 확인되는 등 주민투표로까지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철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군수 발언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친일옹호망언, 아베정권 두둔, 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대한 모욕적 발언”이라며 정 군수를 몰아붙였다. 반면 보은군수 주민소환반대 대책위는 “군수퇴진 및 주요 군정 정책에 대해 일방적으로 주장한 각종 기자회견, 시가행진, 집회, 진정, 고발 등으로 보은 지역사회는 크나큰 상처를 받았고 짙은 불신의 장막이 드리워졌다”는 시각이다.
다음은 정 군수의 특강 중 끝의 한부분이다.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보은군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 이장들이 중심을 잡고 가야 한다. 여러분들의 각오가 결과를 좌우할 것이다.”
민주사회는 공존이고 다름의 인정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려들기 보다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보려했던 것은 아닌지.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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