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아비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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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아비 몫인가
  • 보은신문
  • 승인 1997.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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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모(본보 대표이사)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가 온통 한국을 뒤흔들어 놓은 가운데 과연 아들은 잘 두었는가, 잘못 두었는가에 대한 논란이 심심찮게 술자리에서 자연스레 단골메뉴가 되고 있다. 누군들 자식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어느 누구에게 지려고 하겠는가만은 유독 한국 사람들의 자식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고, 특히 자기 자식에 관하여는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일류로 만드는 것이 부모된 도리라고 믿고 있다. 우리는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지 않아 자식들이 허세를 부리거나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지 않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실제는 자식들로 하여금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다른 지방의 자식들이 비도덕적이고 쇼킹한 사건이 일어나면 남의 일 같이 들려지고 있지만 보은에서도 10대의 출산이 현실로 나타났고, 여중생을 비롯한 어린 학생들이 흡연과 음주, 자신의 몸에 문신과 담배불로 자해, 심지어는 가출까지도 서슴치 않고 탈선의 길로 가고 있는 사실은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왜 자식들이 험하고 멀기만 한 탈선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일차적인 책임은 우리 부모들에게 있다. 하루 종일 도박과 저녁 늦게 술에 취해서 들어오는 아버지와 아들 말리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식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쉽게 사는 사회생활 뿐이다.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잘못된 사회관과 폐쇄되어 있는 『보은』속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변화하는 세태에 부응치 못하고, 그동안 지켜 왔던 유교관 까지 없어져 주종의 부모자식지간도 상실하고 말것이다. 좁은 사회와 우물안의 개구리 식이라는 식견이 자기 자식이 최고 인줄만 알고 살았고 자식 역시 자기 부모가 보은에서 최고 인줄만 알고 살아왔다는 점은 분명 착각임을 알게 될 것이다. 맥아더 장군이 남긴 말 중에 유명한 『아들을 위한 기도』가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간절히 바라고 싶은 문구를 기도문으로 만든 것인데, 중요한 문구를 인용하면 「두려워 질 때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솔직한 패배를 인정하는 가운데에서 당당하고 굽히지 아니할 것이며, 승리를 한다면 겸손하고 너그러움을 잃지 말 것과 고난과 역경에 대해 분투하고, 항거할 줄 알며 실패한 자들을 위해서도 동정을 배풀 수 있는 아량을 가져라! 또한 마음이 밝고 목표가 고상하며 남을 다스리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다스릴 줄 알고, 미래를 지향하지만 결코 과거를 잊지 않는 아들이 되거라」고 주문하고 있다.

또한 「참으로 위대한 것은 소박하다는 것과 진실로 현명한 것은 솔직한 것이며 참된 힘은 온유한 것」을 명심하도록 하였고 이와 같은 일들이 이루어질 때에 아비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고,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는 내용이다. 맥아더 장군은 자기 아들에게 먼저 자신과 육신의 싸움을 원했다. 또, 하나의 자신이 육신을 지배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신을 가질 것을 원했다. 우리가 자식들에게 무엇을 해주기 전에 스스로 어떻게 하면 구해질 수 있는가를 먼저 가르칠 것을 조명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자식들에게 남겨 주었던 것은 부모가 어떻게 하여 회장직함(군사문화의 잔재)를 비롯하여 감투를 쓰게 됐고, 체면 유지를 위하여는 자동차를 어떤 것으로 가져야 하며 관청과 대인관계를 맺기 위하여는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 것이 좋은가라고 솔선수범하고 있다. 이러한 계층이 보은을 이끌어 가게 됐고 소위 『여론 주도층』이 만들어 졌다. 그러나 이제는 자식들에게 실질적으로 살수 있는 길을 물려주지 못하는 아버지는 사회에서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생존경쟁이다. 분명 과거의 선조들이 했던 관습이나 의식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정당치 않으면서도 몸에 베어 있는 관습의 탓으로만 여겨지는 잘못된 현실속에서도 우리 자식들에게만은 정당한 삶을 가르쳐야 한다는 이율배반을 부르짖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여겨질 수 있다. 지금 모두 잊어버리고 살지만 과거 우리들의 아버지는 나쁜 길로 가는 자식들을 보고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않을 뿐 아니라 혼을 낸 후에 어떻게 해라 하며 미래까지 제시해 주었다. 게오르규의 명작 『제2의 찬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스피노자의 유명한 선언인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지금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리들의 자식들에게 정당하게 세상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고, 이제는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한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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