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길도 막은 못된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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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길도 막은 못된 ‘코로나’
  • 김태혁 실버기자
  • 승인 2020.03.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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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머님제사를 집에서 모신 가운데 온 집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어머님제사를 집에서 모신 가운데 온 집안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지난달 28일이 어머님의 기일 이였다.
 핵가족 시대가 되면서 오가던 발길이 점점 멀어지는 세상이지만 집안 경조사가 있을 때면 우리들 6남매가 서울의 큰집에 모였었다.
몇 달 못 본 것이 몇 년 만에 만난 것처럼 초저녁부터 제사 상 차릴 때 까지 온 집안에 불을 환히 켜 놓은 채 정겨운 인생사를 논하는 형제자매들이다.
비록 크게 출세해 부를 가진 형제는 없어도 우애만큼은 그 누구들보다 많아 왁자지껄 이야기와 웃음 넘쳐난다.
 제사가 모시고 새벽 2시가 넘으면 아쉬움을 뒤로하고 모두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었다.
아침이 되면 이웃에서 “어제는 또 누구 제사였나요?” 하며 요즘 보기 드문 집안이라고 부러워하면서도 불평 한번 안하는 사람 냄새나는 이웃이 서울이 영등포 변두리 마을이었다.
  그러나, 몇 년 전 우리 집 종손인 형님께서 돌아가시고 부터는 발길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2월 28일(음2월 초닷새)은 자식들에게 생일상 받으려고 어머님께서 머리감고 몸단장하시다 그만 가쁜 숨 못 견디시고 천수를 다 하신 어머님의 기일이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이 공포에 떨고 있어 형수님께서 “세상이 시끄럽고 나라가  난리니 모두의 건강을 위해 금년에는 오지 말고, 각자 집에서 자신이 가진 종교의식대로 어머님과의 만남(기일)을 대신하라”고 했다.

이날, 초저녁부터 대문을 열어놓고 온 집안에 불을 밝혀놓고 자정이 되길 기다리던 중 50년도 넘은 우리 집 뻐꾸기시계가 12시를 알렸다.
  우리 부부는 정갈한 마음으로 어머님을 맞이해 생전에 다 하지 못한 효도에 대해 후회와 용서를 빌었고 제례 후에는 대문 앞까지 어머님을 배웅하며 “잘 가세요. 처자식 잘되게 해주세요”하며 또다시 어머님의 안락을 기원했다.
돌아서는 밤 밤하늘에서 어머님의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며 봄을 재촉 하고있었다.
 나는 7년 전 형제들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보은군 수한면 새터에 황혼여정(黃昏旅程)의 둥지를 틀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지금까지 형제들은 대추축제 때나 여름방학 때는 놀러오고, 2년 전 대추축제장에서 군수님이 주례를 서주신 나의 금혼식 때는 형제가족들 모두가와서 이를 축하했고 갈 때는 보은대추를 한아름씩 싸가지고 가기도했다.
 어머님 기일을 앞두고 몇일 전부터 서울을 올라가 아들을 만나보고 내려 올 때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을 쇼핑하며 값싸고 멋있는 옷도 사려고 마음먹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허사가 되고 말았다,
 서울 길도 막은 못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어서 빨리 사라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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