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존중하되 다수의견 뭉개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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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존중하되 다수의견 뭉개져선…
  • 김인호 기자
  • 승인 2020.01.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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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한면 송전선 노선 합의는 집단갈등을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한 착한 선례라고 여겨진다. 밀양송전탑 갈등 사례의 경우 한전과 주민반대대책위원간 대화가 단절된 갈등으로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마을주민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끊었다. 갈등해결에 투입된 직접비용만 1000억 원에 이르고 사회적비용까지 합치면 수조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수한면 주민들의 협의로 송전탑 노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한 것은 충분히 높이 평가할만하다.
지난 12월 9일 수한면 송전선로 대책위원회는 수한면행정복지센터 회의실에서 총회를 열고 수한면 송전선로 최종 경유지를 확정했다. 이날 임원 6명과 13개 마을별 대표(4~5명씩 구성) 61명으로 구성된 대책위원들은 수한면 송전선로 후보경유지도를 꼼꼼히 살펴본 뒤 찬반 표결에 들어가 대책위원 58명 중 찬성 48표(82.8%), 반대 10표(17.2%) 압도적 표차로 후보경유지 최종안을 승인됐다.
대책위에 따르면 수한면 대책위원회와 각 마을 이장들은 몇 개월에 걸쳐 머리를 맞대 숙의하며 의견을 조율해 최종안을 도출해냈다. 이문섭 대책위원장은 “대한민국 역사상 순수하게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민주적 절차에 의해 최종안을 확정하기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 협조에 극찬을 보냈다. 수한면의 이번 결정은 불편을 감수해야하면서도 주민 자체적으로 문제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앞으로 예민한 주요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모델이 될 만하다.
그런데 이후 일부 주민들로부터 대책위 최종안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대책위 절차상의 문제’와 ‘한전측에 면죄부를 주는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지적이라고. 또 자작나무를 가꾸고 있는 대전의 한 법인이 대책위를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한 매체는 “마을 대부분이 송전로와 거리가 먼 마을로 어떠한 결정이 나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근거리에 위치해 주민 생존권이 절실한 주민들과 같은 권한의 투표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내용과 절차에 불공정성에 대해 지적했다.” “당초 초정에서 보은간 37km에 100여개의 고압송전탑의 건설이 불요불급의 긴급하게 꼭 필요한 사업인가에 대해 대책위는 검토없이 선로변경에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이는 주민의견수렴이라는 명분을 세워 한전측에 면죄부와 같은 ‘자진상납(?)’이라며 일침을 가했다”고 적었다.
충북환경운동연합 오황균 대표는 “더 이상의 환경을 파괴하며 송전로를 건설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한전은 보은에 전기가 모자르고 송전선로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민들에게 설명했으나 이에 대한 객관적 자료제시나 근거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생존권을 위협하는 송전탑 건설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은지역은 옥천~상주간 선로에서 인입선을 개설한 삼승변전소에서 전기를 공급,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군 전체가 단전이 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보은지역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전기 공급 계통망을 2개로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가 보은지역의 전기 안전망 구축을 위해 타당성 용역 조사를 한 결과 초정~보은간 선로가 지나는 곳은 청주 10개 마을, 보은 20개 마을로 총 장 44km에 약 100여개의 철탑을 세우게 된다.
각설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나간 주민과 대책위의 결정은 사회적 갈등해결의 좋은 본보기로 칭송받아 마땅하다. 첨예한 갈등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은 합리적 타당성과 정당성을 가진 소수 의견이 존중받는 토대위에 다수 의견에 따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자세를 견지함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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