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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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 소설가 오 계 자
  • 승인 2020.01.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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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희망의 새해, 축복의 새해가 밝았다.
너도나도 더 잘 살겠다는 마음으로 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결심들 많이 할 것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태양이 골고루 빛을 주듯,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축복을 잘 키워서 누리는 사람도 있고, 내 몫의 복을 불평불만으로 인해 날려 버리는 사람도 있다. 잘 살고 못 산다는 정답은 스스로의 생각에 달렸지 싶다. 
언젠가 친구로부터 편하게 살라는 권유를 받은 적이 있다.
“이 나이에 무슨 문학이니, 나는 편지 한번 쓰려면 ‘잘 있느냐 나도 잘 있다’ 이거 쓰는 것도 골머리를 짠다. 이제 편하게 살어.” 이렇게 말하는 친구의 옆에서는 한수 더 뜬다. “너 있잖아 맨날 그렇게 머리 쥐어짜면 빨리 늙는다.”
친구들 말이 다 일리가 있고 나를 위한 말임을 안다. 그들의 현실적 시선으로 보면 공감 할 수 없는 우매한 사람으로 보일 것이니 그 친구야말로 진정 나를 위한 권유이다. 하지만 나는 노트북을 외면할 수가 없다. 우매한 짓임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쓰겠다는 이유, 즉 목적조차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쓰고 싶다. 좋아서 선택한 일은 머리를 쥐어짜는 고통조차 나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된다. 살면서 내가 참 헛살았구나 싶었던 시간들도 돌아보면 소중한 내 나이테를 형성하고, 요즘은 그 나이테들이 내 글감의 저장고가 된다.
내가 무얼 하든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라면 잘 살고 있다고 본다. 하고 싶은 일에 과한 욕망이 첨가된다면 그야말로 허황되게 별을 쫓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글 쓰는 목적을 버린 것이다.
에스프레소 잔을 손안에 보듬고 그 친구에게 대답을 했다. “남들이 너무 쓰다는 이 소량의 커피를, 나는 쌉쌀한 맛의 뒤에 숨은 묘한 매력에 빠져서 이것만 찾는 것처럼 문학의 매력에 빠져서 놓을 수가 없네. 참 단순하지.” 라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그 친구의 혼잣말에 내가 끼어들었다.
“이것이 잘사는 길이며 저것은 잘못 사는 길이라는 정답은 없어, 지금 당신이 나를 안타깝게 보지만 나 자신은 글 쓰는 것이 행복이잖아, 성공일까 실패일까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이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해. 너처럼 더 늙어 기운 잃기 전에 즐기며 살자는 생각도 잘 사는 삶이지. 경자처럼 친구도 좋고 놀러 다니는 것도 좋지만, 내 남편 내 자식들 위해 바쳐온 내 인생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것도 잘 사는 거잖아. 끼니때면 꼬박꼬박 남편 밥 챙기러 간다고, 자유 없는 삶처럼 친구들이 안쓰러워 하지만,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길이고 본인이 행복하다면 잘 사는 거야.” 바로 그때 친구의 속뜰에서 나오는 한마디가 나를 놀라게 했다.
“나 여고시절 문예반에서 시를 쓰는 소녀였어.”   “그래서, 지금은 쓰고 싶지 않아?”
“당연히 쓰고 싶지, 하지만 용기가 없어, 그래서 더 여행에 빠지는 것 같아.”
“너야말로 잘못 살고 있구나, 하고 싶은 일을 뒤에 두고 그리워하는 삶이구나, 그건 불행이야, 시작해, 내 행복 내가 엮는 거야, 누가 대신 엮어 주겠니. 시작해.”

일 년이 지났을까, 그가 하는 말은 “있잖아 이제 여행을 해도 느끼는 감성이 달라, 전에는 즐긴다는 것, 무엇을 즐기는지 알맹이가 없었는데, 이젠 아니야, 단순히 웃고 수다스런 농담에도 의미를 부여할 줄 알게 되었어. 삶의 질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겠어. 고마워 오선생 덕분이야.” 
나는 박수를 쳤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하게 웃고 즐기던 생활이 잘못 산 것은 아니다. 단순하건 말건 쏘다니며 보고 듣고 즐기던 시간들이 당신의 나이테 속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아남아 시 창작으로 등장 할 거니까. 우리의 실수들과 후회하는 시간도 나이테라는 저장고에서 밑거름을 만들고 있으니 우리는 잘살고 못 산다는 이론 보다, 모두 다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결론은, 일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은 일을 계획하면 작심삼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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