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은군의 ‘향원’은 누구인가
상태바
올해 보은군의 ‘향원’은 누구인가
  • 최동철
  • 승인 2019.12.26 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22>

 수령을 속이고 지역 이익을 편취하거나, 양민의 몫을 갈취해 사리사욕을 취하는 지방 토호를 옛날엔 ‘향원(鄕愿)’이라 불렀다. 겉으로는 성인군자인척 하면서 암암리 환곡이나 공물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따위의 행위를 일삼는 인물을 이른다.

 논어에도 도둑이 단순히 물건만을 탐내어 훔치는 자라면, 향원은 덕(德)을 도둑질하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라고 시사했다. 중국의 옛 설화집 ‘설원(說苑)’등 고서에 향원이라 지목된 ‘소정묘’의 관련 일화가 두루 실려 있다.

 기록에 의하면 노나라 정공 때에 공자는 지금의 법무부장관에 해당하는 사구가 된지 7일 만에 토호세력의 거두인 소정묘를 잡아 죽여 그 시체를 내걸었다. 소정묘의 배후세력은 당연히 반발했다. 이에 공자는 도둑질 이외의 큰 죄 5가지를 들어 그를 죽인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남의 마음을 잘 읽어 걸맞게 언동 하지만 그 속에는 엉뚱한 흑심을 품고 있는 자. 둘째, 행실이 편벽하면서 고집만 센 자. 셋째, 말에 진실성이 없으면서 달변인 자. 넷째, 하는 목적이 어리석으면서 지식이 많은 자. 다섯째, 비리에 순응하면서 자기 이익만 챙기는 자.

 공자는 "이 다섯 가지 중 한 가지만 지녀도 죽음을 면키 어려운데, 소정묘는 다섯 가지 모두 겸하고 있어 사기성 달변으로 군중을 미혹시켜 자기편으로 만들고, 족히 홀로 설 수 있으므로 어리석은 무리의 소영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죽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를테면 꼭 죽여야 할 사람은 밤에 남의 집 담을 넘나드는 그런 도둑이 아니다. 사회를 문란하게 하고 나아가 나라를 뒤엎으려는 간사한 무리들이다. 이들은 죽어 마땅하다. 의로운 자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하며, 어리석은 자로 하여금 미혹에 빠지게 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올 한해 우리나라엔 이러한 유형의 향원들이 몹시도 설쳐댔다. 엄연히 정교일치 정치체제의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개 목사가 불경스럽게도 신앙을 들먹이고, 신도와 군중을 현혹하며 막말적 정치구호를 외쳐댔다.

 유튜브엔 ‘아니면 말고’ ‘일단 터트려 볼 테니 고발이든, 고소든 할 테면 해보라’는 막가파 식의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향원 유튜버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일정은 등한시 한 채 당리당략만을 좇아 들개무리마냥 이리저리 헤매며 선동에만 골몰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올해 전국적으로 ‘친일군수’라는 비판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 친일망발설화로 자칫 군민까지 큰 손해를 볼 뻔했다. 보은옥천영동괴산 이른바 동남4군선거구를 관할하는 민주당도 유권자인 4개 군민을 조롱하다시피 무시하고 있다.

 공자께서 계셨다면 망설임 없이 둘 중 하나를 진짜 ‘향원’으로 선택했을 것일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