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심사에 대한 전후 설명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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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심사에 대한 전후 설명이 부족하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9.12.2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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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의회가 내년 본예산 4109억원 중 38억여원의 사업예산을 삭감했다. 17건의 항목에서 사업예산이 삭감됐다. 보은군의회는 “심도 있는 검토와 토론을 거쳐 불요불급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의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은군의회의 설명이 어째 미흡하다. 일반 주민은 어떤 사업은 전액 삭감되고 어떤 사업은 왜 일부분 감액이 되었는지 그 배경을 알 길이 전혀 없다. 그저 맘에 들면 살리고 안 들면 자르는 그야말로 집행부 견제와 감시기관으로 뭔가는 했다는 자존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정략적으로 또는 감정 내키는 대로 예산을 주물렀는지, 아니면 정말 불필요한 예산만을 엄선해 칼을 들이댔는지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이 아쉽다. 그러다보니 예산 심사 후 꼭 이런저런 뒷말이 빠지지 않는다. 주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군민과 정보를 공유하고 주민의 알권리도 충족시켜달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는 ‘심도 있는 검토와 토론 그리고 불요불급’이란 원론적인 단어만을 되풀이하기보다 삭감 배경이 좀 더 구체적으로 나와 주민들도 속이 뻥 뚫렸으면 한다.
이번 예산 삭감 항목 중 주목을 끄는 사업을 꼽으라면 다목적 종합운동장 조성사업과 보은군립추모공원 조성사업 등을 들 수 있겠다. 다목적 종합운동장 조성사업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국비30%, 도비와 군비 35%씩) 사업에 포함돼 군이 내년 신규로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다. 군은 규모가 큰 전국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오는 2023년까지 보은읍 이평리 16-4 일원 5만8900㎡ 터에 3만5000㎡ 규모의 종합운동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 추경예산에서 사업비 1억5000만원이 책정돼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 중이지만 실시설계용역비, 문화재 시굴조사, 환경영향평가, 군계획시설변경 등 추후 지출될 예산 10억 원이 본예산 심사에서 삭감돼 이 사업 자체를 완전 폐기하는 것인지, 보완 지시인지, 잠시 미루는 건지 주민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보은군이 스포츠마케팅을 시도한지 10년 정도가 흘렀다. 지금 있는 시설도 지자체 규모에 비해 적은 체육시설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시설만으로는 군의 의도대로 축구나 야구 등 대규모 전국대회를 유치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왕 하는 것, 또 그동안 공을 들인 스포츠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보겠다면 체육시설을 현재보다는 집적화, 규모화 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일단 공감을 보낸다.
보은군은 농업군이기도 하지만 속리산을 품고 있는 관광지다. 이런 측면에서 다목적 종합운동장 조성은 일면 논리와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다. 농업과 관광 그리고 스포츠가 결합된다면 시너지 효과는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 당장의 문제는 조성비용과 사후 관리인데. 보은군은 다목적 종합운동장에 들일 사업비로 국도군비 포함 189억원(이 경우 군비 66억원)을 산출하고 있다. 확정된 것은 아니니 변경될 수 있겠다.
그간의 노력과 노하우, 군의 지리적, 환경적 여건을 생각해 정말 다목적 종합운동장이 필요하다면 비용을 대폭 줄이는 선에서 의회와 대화가 필요하다. 가령 건물이나 관람석 등 구조물 빼고 잔디구장 5~8면 정도의 조성은 그리 돈 들이지 않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군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합리적 고심에 고심이 요구된다. 군에 실리가 없는 스포츠마케팅이라고 판단되면 과감히 접어야 한다. 끌수록 손해다.
자연친화적 군립추모공원에 대한 전액 예산삭감은 심히 유감이다. 정상혁 군수가 공약으로 채택해 당선됐듯 많은 주민들이 이 사업의 추진을 바라고 있다. 이번에 군이 제시한 장소(누청리 산 58-1번지 일원)는 교통이나 거리 등 여러모로 괜찮다. 해당 지역주민의 동의를 구한 후 사업을 추진하라는 의회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보은군의원도 사업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외에도 어떤 사업은 예산이 일부 또는 전부 삭감되고 살아나야 하는지 궁금하다. 이 기회에 의원 명의로 조례안을 발의하듯 예산심사도 실명제로 했으면 하는 제안이다. 명분과 원칙이 확실하다면 눈치 보거나 거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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