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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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여행
  • 홍근옥 (회인해바라기작은도서관)
  • 승인 2019.12.1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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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달 간의 스페인 여행이 며칠 뒤면  끝난다. 계획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35일간 걷고 나서  몇군데 관광지와 도시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여행자로 변신을 했다. 그리고 여행에도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순례길을 걷는 것은 그야말로 몇 백년 전의 전통 여행이다. 길은 담과 돌에 그려진 노란색 화살표를 무작정 따라가면 되고 숙소는 걷다가 피곤할 때 적당한 마을을 찾아  머물면 된다. 길만 따라가면 멋진 경치와 숙소와 식당이 저절로 나타나니 머리 쓸 일 없어 속 편하고 어찌보면 낭만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도시 여행은 이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갈 곳과 머물 곳을 미리 정하고 예약해야한다. 길도 찾아 가야하고 교통수단도 결정해야한다. 그러려면 현지 사람들과 이런저런 말이 통해야하는데 스페인어는 물론이고 영어도 짧은 우리 부부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번에 도시여행을 해 보니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을 정도로 여행이 스마트해 졌다. 바로 스마트폰 덕택이다.
길을 찾는 일은 스마트폰의 기본이다. 내 위치가 어디인지, 어느 정류장에서 기다리다가 몇 분후에 몇 번 버스를 타야하는지, 타고 나면 내 버스가 어디쯤 가고 있으며 어디에서 내려야하는지, 내려서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주니 누구에게 물을 이유도 없고 길을 잃을 이유는 더더욱 없다.  숙소와 비행기표와 입장료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싼 가격을 찾아 미리 예약하면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여차하면 번역기를 써서  현지인과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플을 켜고 통역시간을 기다리는 불편은 있지만 그럭저럭 대화에 문제는 없다. 이 정도면 사실 여행의 어려움은 거의 해결된 듯 싶은데, 여기에 예상치 못했던 보너스가 두 가지 더 있다.바로 에어비앤비와 우버다.
에어비앤비는 숙소를, 우버는 차를 이용하는 어플인데 원리는 똑같다. 호텔과 택시가 아니라 개인 소유의 집과 차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손님과 공유하는 제도다. 정확히 얼마나 싼지를 딱 잘라서 말할 수 없으나 우리 부부는 대충 하루 4-5만원에 주방과 화장실이 있는 숙소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중의 절반 정도는 주인이나 다른 손님들과 같이 썼지만 나머지 절반 정도는 그야말로 집 전체를 내 집처럼 이용했으니 그 가격에 황송할 정도다. 우버는 지리를 모르는 우리 부부에게 더 할 나위 없이 편한 시스템이다. 아무데나 서서 차를 부르면 내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고, 나를 찾아오는 차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목적지를 미리 입력했으니 어디로 가자고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미리 정해진 가격에 카드결제니 바가지 걱정도 잔돈을 주고받을 일도 없다. 혹시나 물건을 두고 내렸을때 연락처를 찾느라 고민하는 일도 없다. 비싼 돈 들이고 세금까지 내면서 영업하는 호텔이나 택시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을 노릇이겠으나 나 같은 여행객 입장에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고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여행자가 얼마나 많을까? 내가 보기에는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길과 숙소를 찾고 있었다. 한 마디로 여행의 패턴이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뜻이고  최소한 몇 년 이내에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말이다.
나는 사실 스마트폰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편리하기는 하지만 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에 머물며 뭐든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디지털 세상이 내 정서에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에서는 스마트폰만 바라보며 걷는 모습들이 볼썽사납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생생한 자유여행을  내 마음대로 다니고 싶은 욕심도 있다. 이러니 스마트여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셈, 오늘도 다음 여행지를 검색하고 길을 찾기 위해 스마트 폰을 연다. 우리 고장 보은도 스마트한 여행이 가능해지길, 그래서 내가 만난 스페인과 여러나라 사람들이 지금의 나처럼 별 어려움 없이 보은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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