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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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Buen Camino)
  • 박태린
  • 승인 2019.10.31 09: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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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유로밖에 없어요

왼쪽 장갑을 잃어 버리고 비를 맞는 손으로 스틱을 잡고 <부르고스 > 지역의 차가운 아침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 나를 본 청년 <쟌>은 한번도 쓰지 않은 스포츠용 장갑을 내 손에 정성스럽게 끼워주며 말했다. "내가 이것을 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뻐". 레온의 호스텔에서 테이프를 들고 주방의 가위를 찾고 있는 나를 본  <리사>는 자신은 안과의사이지만 테이핑을 해 줄수 있다고 나를 높은 의자에 앉혔다. 정성스럽게 발바닥에 테이프를 붙여주는 그녀에게 고맙다고 말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 주게 되어 내가 더 고마워".  모른체 지나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처음 본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까미노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상할만큼 친절하다.

마치, 도와주지 못해 병이 난 사람들처럼...

우기에 접어든 스페인은 시도때도 없이 비가 내려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말한다. "해 낼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어디서 잘까? 무엇을 먹을까? 이것이 여행자에겐 가장 큰 고민이다. 그런데 ATM기도 없는 시골인데 돈이 떨어져간다. 7개 마을을 더 가야 ATM기가 있는<사아군>이란 큰 마을이 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지난밤 같은 알베르게에서 본 한국인 3남매를 만나게 되었다.  "난 지금 10유로 밖에 없어. 빨리 사아군으로 가야되요""저희도 10유로밖에 없어요~!" 이젠 10유로씩밖엔 없는 한국인 4명이 <그룹>이 되어 사아군으로 들어선다. 스페인 사람들은 영어를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는 영어권. 둘째인 남동생은 중국, 세째 막내딸은 프랑스에서 공부했다는데 스페인어를 아는 사람이 없다. 어찌어찌해서 ATM기를 찾아 삼남매는 돈을 인출했지만 내 카드가 문제였다. 인출이 안된다. 갑자기 멘붕상태가 된다. 그런데 삼남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그들의 카드로 돈을 인출하고 그만큼의 금액을 이체해 주었다. 우리는 월드컵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처럼 의기양양해서 근처의 간이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10유로의 가난했었던 허기를 달랬다.^~^♡

<레온>은 전설속의 도시처럼 아름다왔다.가우디가 설계한 건물, 가우디 박물관, 구시가지 등등... 발 뒤꿈치에 문제가 생긴 나는 아주 천천히 이틀동안 혼자서 레온을 감상했다. 그리고 일단 걷기를 보류하고 버스로 <아스트로가>를 거쳐<라바날>로 갔다. 라바날을 가는 승깅장에서 2m 키의 거인 <네덜란드인 건축가 후란스>를 만났다.

이후 후란스는 내 배낭까지 들어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걷지 않았으니 피곤하지 않아 아담하고 깨끗한 동네를 둘러 보았다. 중간에 프랑스인 <피에르>가 끼어들어 셋이서 왁자지껄~!@.@ 국경을 초월한 남자들의 수다도 참 대단했다. 카톨릭 신자인 후란스는 저녁 미사후 와인을 사겠다고 데이트 신청을 했다. 당근 오케이~! 그러나 그 약속은 지킬수 없었다. 미사후 눈치?도 없는 신부님은 한국인들 5명만 집무실로 불렀기 때문이었다

ㅠㅠ. 미팅을 마치고 <세뇨라 필그림>호스텔로 돌아오니 후란스는 옆자리

피에르와 여행에 대한 토론중이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과하는 내게 <왜 그런지 네게 슬픔이 느껴졌어. Father(신부님)가 필요했을거야>

오늘 아침 일어나니, 건너편 침대에 앉아 있던 피에르가 또 짖궂게 손으로 키스를 보내온다.후란스가 커피를 마시자고 부른다.

커다란 손으로 바케트 빵을 잘라 속에 꼼꼼하게 버터를 발라 건네준다. 삼십번이나 까미노 길을 다닌 방년 60세인 후란즈의 꿈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에 몽골 빠오형태의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알베르게를 짓는 것이다. 3년안에 완성된 후엔 가장 먼저 나를 초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고마워! 그라시아스! 댕큐~!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팜플로냐>에서부터 간간이 만나던 한국 처자 두명도 손을 흔들며 떠났고  <레온>에서 너무나 매너? 있고 귀엽게 술주정을 하던 청년 둘도 꾸벅 인사를 하며 떠났다. 프란스도 갔다. 피에르는 시도때도 없는 키스를 피융피융 날리면서 떠났다.

모두들 순례자가 되어 다시 까미노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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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한 2019-11-01 23:25:51
곤경에 처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모두들 전하는 말이 "내가 이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말" 마치 도와주지 못해서 병난 사람들 처럼.. 이억만리 타국에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목적지를 향해서 달려가시는 작가님의 멋진 기개가 느껴집니다. 화이팅!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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