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泰希(내북 염둔, 동의대 정치학)
우리나라의 무역량은 세계12위이고 경제규모(GNP)는 11위이다. 그러나 외채가 1천억달러로 넘어서서 외채규모가 4년만에 2.4배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올해 외채가 1백조원(1천2백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2백3억달러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대미무역적자는 지난해 20일 현재 1백11억5천만달러에 달했고 대일무역적자는 1백51억7천2백달러에 달하였다. 결국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게 밑지는 장사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실업자수는 44만3천명으로 늘었으며 하루평균 37개의 중소기업이 쓰러지고 있다. 무역적자가 느는 이유는 반도체값 등 수출제품의 단가가 크게 하락한데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는 우리국민의 대부분이 분수에 없는 사치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일부 부유층 사람들은 외국관광여행을 뻔질나게 다니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줄말여행, 일일부부짝짓기 여행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외제상품 사는데에 정신이 팔려 있다. 또 외제품중에서도 비싼 것을 더 사려하고 있다.
이유로 해서 비싼 외제상품이 끊임없이 수입되고 있다. 외제아이스크림이 국산의 3배 가격이고 지난해 1년동안 59억3천만원어치의 외제 아이스크림을 수입하였다. 유명한 선수가 싸인한 외제볼 1개에 53만원, 미제축구헬멧이 85만원, 프랑tm, 이탈리아, 일본의 부츠와 각종 장난감이 3만원내지 수십만원씩에 팔리고 있다. 유아용 외제머리띠가 3만∼7만원, 어린이 소꿉놀이 외제용품이 15만원내지 20만원씩에 팔리고 있다.
셋방살이하는 사람들조차 상당수가 자가용차를 사고 있으며 자가용차 없는 것을 큰 수치처럼 여긴다. 또 돈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가격의 외제자가용차를 사고 있으며 가정의 외제자가용차를 사고 있으며 가정의 비품을 외제만으로 꾸며 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잔디, 대리석, 파지조차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자녀결혼식에 1억원내외의 돈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옷한벌에 수백만원씩 주고 외제혼수를 장만한다.
신부화장품은 프랑스제, 손지갑과 핸드백은 이탈리아제, 시계는 스위스제를 혼수품목으로 정하는 성향이 있다. 어느 부잣집 딸의 혼수리스트는 깝짝 놀랄 정도이다. 시계는 1억짜리 스위스제 피아제를 신랑 신부 한세트이고 3캐럿에서 3부까지 다이아몬드가 시계바닥과 줄에 박혀 있다. 냉장고는 4백만원하는 웨스팅 하우스, 텔레비전은 4백만원하는 일제 파나소닉, 핸드백은 4∼5백만원짜리 카르티에, 웨딩드레스는 2천만원짜리이다.
신랑예복과 시아버지양복은 영국제 옷감, 신랑양복은 4백만원짜리 외제품, 시어머니에게는 1백만원짜리 핸드백과 수백만원짜리 외제 옷 등을 장만한다. 또 부유층남녀들의 일부는 매일처럼 도박을 즐긴다. 그리고 화투놀이로 허송세월하는 자들이 너무나 많다. 많은 사람들은 황금만능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사치하고 낭비하는 국민이라는 말은 과장된 말이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에 와서 거주하거나 관광객으로 온 외곡인들이 간단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의 사치벽 낭비벽이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부유층이 아닌 사람들도 과소비풍조에 휘말리고 있다. 봉급은 150만원인데 그중 20%조는 세금으로 바치고 나머지의 대부분을 낭비한다면 그 가정은 곧 빚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실질조세부담율은 20%에 이르러 과도한 세금속에서 살아가야 하는데도 낭비생활을 한다면 돈 모을 기회를 얻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 어려운 경제전쟁의 시대에 국민 스스로가 절약운동을 하고 외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해야만 경제전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사치 낭비 과소비의 생활로부터 벗어나 절약운동, 국산품애용운동, 폐품재활용운동, 자가용차안타기운동, 도박안하기운동, 금주·금연운동 등등 전개해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모든 공직자들의 해외여행을 단속하고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도 외유를 자제해야 할 것이며 국가예산을 절약하여 낭비없는 행정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모든 공직자는 특별한 공무수행목적이외에는 외국여행을 금해야 할 것이며 공공 건물을 새로 짓거나 도괴위험이 없는 공공 건물을 부수는 일을 극히 삼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외제품사기를 거부한다면 분명히 수입이 줄고 수출량이 늘어날 것이며 그같이 되면 우리는 엄청난 외채도 점차 갚아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우리가 허영된 심리를 갖고 최고급 외제품만 사려는 성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리의 목표인 선진국건설과 세계굴지의 중심국건설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다.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가 넘는다고 하지만 잘사는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는 작은 유아에 불과하다.
우리가 젖먹이 어린이인데도 어른행세를 한다면 안될 것이며 촉새가 황새를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처럼 이제 겨우 가난을 면했으면서도 억만장자처럼 돈을 쓰려한다면 파탄을 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같은 말은 그러나 부자가 없는 보은인들에게는 해당이 안된다고 믿는다. 다만 국민전체, 특히 낭비벽이 심한 부유층에 대한 우려심을 갖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돈이 너무 많다고 아무렇게나 낭비할 것이 아니라 보람있는 일에 투자하여 생산적인 업적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예컨대 기업체를 운영하고 특히 산간벽지의 지역에 공장을 세우며 경작이 안되고 있는 유휴지를 대규모로 구입하여 기업영농을 함으로써 농촌지역주민을 고용하고 국토의 균형된 발전을 가져오게 하는 것은 큰 보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같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의 살림살이는 외화내빈(外貨內貧)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겉으로는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외국에서 노동자들이 몰려오고 전국의 도로를 자가용차가 가득메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가난하고 병들어 있다.
작년봄까지만해도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되었는데 지금은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어떻게 보면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연방체에 경제전쟁에서 패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공든탑이 무너져서는 안된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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