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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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엔 까미노~!
  • 박태린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단원)
  • 승인 2019.10.02 09: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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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특별연재> ①꿈은 이루어진다

살다보면 자유로운 여행을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여행! “김찬삼씨의 세계 여행기”를 읽고 난 후 나의 여고생 시절 꿈은 세계일주였다.
 6년 전, 충북대학 병원 암병동에 계신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을 적에 우연히 TV에 방영되는 루르드에서 산티아고 까지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청하게 되었다. 인도가 불교신자들의 성지이듯이 산티아고는 천년동안 기독교인들인 서양 사람들의 순례길이었다고 한다. 순간, 저 길을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치유의 샘이 있다는 프랑스의 루르드 성지로 달려가서, 폐암으로 누워 계신 어머니의 치유를 위한 기도라도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리고 5년 후 지난 1월, 중증 치매이신 아버지까지 보내 드린 후 몇 달간 우울감에 사로잡힌 마음을 추스르고 있다가 6월 말 불현듯, 잊고 있었던 나의 꿈을 꺼내어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로 항공권을 검색, 10월의 산티아고를 향해 프랑스 파리 인, 아웃으로 구입했다.
 홀로 떠나는 한 달 보름간의 유럽여행, 사춘기 소녀처럼 가슴이 설레었다. 여행은 티케팅하면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있잖은가? 틈틈이 필요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여행지 정보 수집을 위해 “산티아고 순례길”이란 검색어를 입력하니 수많은 여행기들과 까미노를 꿈꾸는 7~8천여명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도 있었다. 모두들 농담 한마디 없이 진지했다. 드디어 내가 꿈꾸던 까미노가 열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라고 말한 안데르센의 말처럼, 나를 괴롭히던 우울증이 어느 날 온다 간다 소리도 없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약 석 달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컴퓨터에 달라붙어 무게를 분산시켜 준다는 배낭, 걷기 편한  트레킹화, 피레네 산맥을 넘기 위한 준비로 무릎보호대와 발목보호대, 고어텍스 모자,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10월 말 겨울이 오면서 시작되는 유럽의 우기(雨氣)를 감안, 저렴하고 품질 좋은 우의(雨衣)를 찾느라 인터넷을 뒤졌다. 유럽 내에서의 항공권과 떼제베를 예약하고, 순례길을 걷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내 체중의 십분의 일로 배낭 무게를 줄이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내년 5월에 <포루투갈에서 산티아고>까지 걸어 보자고 약속했던 친구 응선은 두 달 전 7월 중순, 먼저 열흘간 산티아고 투어를 다녀왔다. 여행길에서 그녀는 순례자들의 검게 탄 얼굴과 꾀죄죄한 행색이 안쓰러웠는지 걱정스런 카톡을 보내오곤 했다. “아침 저녁 온도차가 심해서 순례자들은 여름인데도 경량패딩 조끼를 입고 있어. 준비를 철저히 해. 어쩌자고 이런 어려운 결단을 했니? 아이구~!” “그 꼴을 경험하고 싶어서 가는거야, 아이구~!”
 떠날 날이 다가오자, 프랑스에서 스페인까지 800Km를 제대로 걸어 낼 수 있을까? 덜컥 겁도 났지만 취소하고 싶은 생각만큼은 추호도 없었다. 응선친구는 어려운 길 무사히 다녀오라고 용돈?까지 주고, 시인친구 홍은숙에겐 고어텍스 옷도 한 벌 받았다. 친구 아내인 장미씨는 의약품을 사 주면서 응원했다.♥ㅋㅋ 자주 가야 될 듯...
 내일이면 내 몸 반 만한 배낭을 메고 프랑스 드골 공항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파리로 이동, 세느 강변에 있는 에펠탑 근처에서 1박 후, 몽파르나스 역을 찾아가 석 달 전 예약해 둔 떼제베를 타고 “생장 드 피드 포르”로 가겠지. 그리고 생장 여행자 사무실에서 순례자 여권을 받고 배낭은“동키 서비스”로 먼저 보낸 후, 산티아고를 향해 피레네 산맥을 오르는 순례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을 것이다.
 6년 동안 원했던 꿈이 이루어졌으니, 나는 또 한 번 미래에 대한 커다란 꿈을 그리기 시작했다. “구하라 얻을 것이요, 찾으라 찾아낼 것이며, 두드리라 열릴 것이다” 라는 성서의 말씀처럼, 내 맘속의 또 다른 바램도 반드시 이루어 질 것을 100% 믿는다. 그리고, 지나 온 내 삶을 돌아보는 여정<旅程>을 시작하면서, 매일 매일 다정한 목소리로 내 귓가에 속삭일 것이다. 부엔 까미노~!♡

*부엔 까미노-순례자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인사. “당신의 앞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
*까미노-“길”을 뜻하는 프랑스어
*동키 서비스-배낭을 보내는 택배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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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규원 2019-10-10 09:33:09
꿈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여정 기대되네요~

신동한 2019-10-09 12:26:54
먼길 건강하게 잘 다녀오십시요!! 꿈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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