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과 아랫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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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과 아랫물
  • 보은신문
  • 승인 1998.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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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중영(LG 산전 고문, 수한 거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하는데, 요즘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온통 흙탕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며칠 전 일간신문에서 한 선량께서 하신 말고위직은 강한 사정으로 많이 맑아지고 있는데, 하위직은 속수무책이다는 한탄어린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공직 사회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러면 우리 일반 사회는 어떤가? 흙탕이 되어 있거나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단. 많은 사람들은 흙탕이 되었다고 한다. 큰 홍수때는 물론이고,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세차게 불때면 강물이나 호수가 흙탕물로 변한다.

그러나 비가 멎고, 바람이 그치면, 강과 호수는 전과같이 다시 맑은 물로 되돌아 온다. 우리들은 왜 다시 맑아지기가 그렇게 어려운지, 또 잊혀지고 잃어버린 우리들의 좋은 것들을 되찾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웃어른이나 윗사람들이 후진과 후세들의 좋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큰교훈이다. 이의가 없다. 이는 후손들의 잘못된 모양새를 전부 윗사람들의 책임으로 변명하거나 책임을 전가해도 좋다는 가르침은 아닐 것이다. 옛말에 못되면 조상 탓이고, 잘되면 제가 잘해서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 옛말의 뜻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한 사람들의 공통된 느낌이 하나 있다. 이 사람들은 조상 덕을 톡톡히 보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들이 무의식 중에 항상 조상 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역사속에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들의 조상보다 더 훌륭한 분들과 치적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뿐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곳곳에서 자기 맡은 일을 묵묵히 열심히 하고 있는 많은 맑은물이 있다. 그런데 왜 오늘날 우리는 흘탕인지 모르겠다. 이것이 조상 탓이나 윗물 탓만하고, 그 가르침을 배우지도 않고, 듣지도 보지도 않는 우리들의 탓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그 후손들이 좋고 그른것을 잘헤아려 그들의 삶의 본보기로 한 결과 오늘의 선진을 이루어 낸것이다.

우리들 주위에도 유사한 좋은 예가 많이 있다. 술과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해 가정을 파산시킨 아버지의 자녀들이 파산시킨 아버지의 자녀들이 아버지를 닮지 않고 오히려 체험을 통해 얻은 산 경험으로 불의를 거부하고 선(善)을 택해서 크게 장성해서 우리 사회에 공헌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많다. 흙탕물을 만든 것도 우리들이고, 다시 맑게 해야 하는 것도 우리들의 일이다. 이것은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모두 윗물이고, 아랫물이란 말이다. 홍수는 피해도 크지만 홍수로 많은 더러운 쓰레기와 오물이 모두 치워져 흙탕이 깨끗해지면 물이 더 맑아진다.

흙탕물속에 산다하여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마저 잃어서는 안된다. 흙탕물 탓, 윗물 탓 말고 우리 모두 윗물이고, 아랫물이라는 생각과 우리 모두 미래의 후손들의 좋은 조상이 되어야 한다는 각오로 잃어버린 우리들의 좋은 모습을 되찾는 일과 다가오는 새로운 환경을 적응을 위해 한시도 게을리 말고 열심히 일해야 할 때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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