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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써’ 망한 자
<407>
[1442호] 2019년 09월 05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정상혁 보은군수가 ‘말로써 빚어진 불찰’로 인해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거듭된 사과표명에도 아랑곳없이 전국적 차원의 지탄을 받고 있다. 하여 군민들은 당장 낼모레면 추석명절인데 대추 등 보은지역 농축산물이 애꿎게 불매운동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 중이다.

 이에 참다못한 일부 군민들은 사과 따위로 일단락이 될 일이 아니라며 ‘주민소환제’를 통해 ‘군수직 박탈’을 추진하겠다고 서명 작업에 돌입할 태세다. 평소 ‘말이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정 군수가 이번엔 진짜 ‘말로써’ 최대 위기에 봉착해 제대로 혼쭐나고 있는 상태다.

 정 군수의 설화를 지켜보노라니, 10여 년 전 ‘말로써’ 몰락했던 미국 NBC방송의 인기 토크쇼 진행자 아이머스가 새삼 떠오른다. 미국 대통령 부부 면전에서 면박과 조롱을 하고도 무사했을 정도로 압도적 ‘인기 짱’이었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고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그는 방송인의 최고 명예인 마르코니 상을 3차례 받았다. ‘신의 다른 아들’이라는 베스트셀러 소설로 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 내 최고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선정과 타임이 선정한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25인’ 중 한 명으로도 뽑혔다.

 아이머스의 인기는 거침없는 ‘말로써’가 근간이다. 자신의 편향적인 견해를 극단적 표현으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마치 요즘 우리나라의 그릇된 대세가 된 일부 극우적 ‘유튜브 1인방송들’처럼 가짜뉴스 든, 인신공격성이든, 아님 말고 식의, 구독자만 늘리려는 말장난과 같았다.

 거침없는 입담, 과연 그런 말을 해도 될까 싶을 정도의 도발적이며 거친 언어로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았다. 너무하다 싶게 정도를 벗어났건만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위한 조크에 불과하다”며 일축하곤 했다. 하루 최대 36만 명이 청취했고 미국 내 시청률 3위를 자랑했다.

 1996년 클린턴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방송기자 만찬장에서 르윈스키 스캔들로 위기에 빠져있던 대통령에게 성적 묘사로 대놓고 조롱했다. 퍼스트레이디 힐러리에겐 화이트워터 스캔들을 빗댄 농락으로 참석자들을 웃음 도가니에 빠트렸다.

 이만큼 대단했던 그가 제풀에 겨워 그만 큰 실언을 하고 말았다. 인종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미국 여자 대학농구 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패한 러트거스 팀을 얘기하며 “곱슬머리 창녀(nappy-headed hos)들이 있다”고 그에겐 ‘단순한 단 한마디 말’을 했다.

 이 말은 흑인 랩 가수들이 노래 가사에서 흑인여성을 비하하는 비속어다. 당연히 미국 내 흑인사회가 들고 일어났다. 대형 광고주들은 광고를 철회했다. 사과정도나 일시 방송중지로는 무마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25년간의 방송프로는 종방 됐고 그는 쫓겨났다.

 ‘말로써’ 비롯된 설화는 이처럼 엄중하다. 정 군수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으리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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