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섭리 지키는 치수대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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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섭리 지키는 치수대책을
  • 보은신문
  • 승인 1998.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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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울산시의원, 수한 질신)
옛날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린다’고 했다. 국가를 다스림에 있어 치산치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토목기술이나 건설장비가 발달하지 않아 오로지 인력에 의존해야 했던 시대에 천재지변은 그야말로 ‘하늘의 뜻’으로 여길 뿐 뾰족한 대책이 있을리 없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토목기술이나 건설장비가 초 현대화되고 천문관측을 통해 일기예보 시스템을 갖춘 현대문명조차도 다 막아내지 못하는게 바로 천재지변이고 보니 자연의 섭리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아야 옳을 것 같다. 올 한해만 하더라도 중국, 중남미, 유럽등 지구촌 각지에 대홍수가 끊이지 않았다. 아니 지구촌을 들먹일 필요조차 없이 이 나라 한반도 반쪽만을 휩쓸고 간 국지적인 수해만 하더라도 정말 엄청났고,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른바 『게릴라성 호우』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리산에서, 경기도 파주·연천에서, 그리고 내고장 보은에서 "하늘에 구멍이 꿇린 것 처럼" 퍼부는 홍수의 위력은 지금까지의 상식을 넘은 것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자연적인 재앙에 대하여 인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필자가 주장하는 인재의 의미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미리 대비하지 못해서 초래한 재난’이라는 뜻이 아니라 ‘자연을 경시하여 마구 파헤치고 오염시켜서 불러온 재앙’이라는 뜻이다. 다시말해 자연을 정복했다는 오만한 마음으로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생태계를 파괴하고, 산업화라는 이름아래 온갖 쓰레기와 공해물질을 배출하는데 대한 자연의 경고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홍수 뿐만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오존층 파괴로 인한 각종 면역기능 저하, 엘리뇨현상 등 종교적인 지구 종말론에 과학적인 근거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필자의 생각에 대하여 독자들은 이렇게 반문할 지 모르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왜 하필 보은이 재앙을 당해야 하느냐’고, 80년에도 대 홍수를 겪었고 이번에 또 당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런데 이것은 보은지역이 잘못해서 당한 재앙이 아니라 초 지역적인 자연파괴에 대한 응보를 대신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기상청에서 말하듯 구름층이 이동하다 소백산맥에 가로막혀 집중호우가 내렸다고 하니 산 좋고 물 좋은 보은의 풍수지리가 경우에 따라서는 재앙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지독한 역설인 셈이다. 각설하고 다시 이런 재앙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둑을 더 높이 더 튼튼하게 쌓는 것도 중요하고, 배수시설과 산에 나무를 가꾸는 것 모두가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연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는 일이다. 자연은 마구잡이로 파괴하거나 오염시켜도 되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인간 삶의 근원임과 동시에 더불어 함께 살아갈 생명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난 여름 뜻밖의 대홍수로 재난을 당한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다시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도록 관민 모두가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지 않는 치수대책과 자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였으면 한다. 관(官)은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각종 생활·산업폐기물 대책을 세우는 일, 민(民)은 재활용 실천을 통해 쓰레기 줄이기와 오·폐수 한방울이라도 덜 배출하는 생활을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평범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공생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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