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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께서 즐거워 하시라고~♡
[1438호] 2019년 08월 08일 (목) 박태린 (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단원) webmaster@boeuni.com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종종 동네 뒷산 삼년성을 오르곤 한다. 오디나 버찌가 열리는 계절엔 오디나무 열매를 따먹느라 시간이 얼나나 흐르는지 모르고, 산딸기가 빨갛게 익고 있는 날에는 또 딸기를 따 먹느라 시간을 보내곤 한다. 남문쪽으로 올라가 북문쪽에 이르르면 작은 절도 있어서 언젠가 한 번은 노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내려 온 일도 있다.
 삼국통일의 초석이 되었던, 가치가 크면서도 예쁜 산성이 동네에 있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걷기 좋은 길로도 선정이 되었다 하니 참 그럴만하다고.. 그 가치를 이제야 알았냐고 혼자 투덜거린 적도 있었다.
그런데 너무 알려져서 이 고요가 깨지면 어찌하나.. 라는 불안감도 함께 따라온다.
유명해지면 유명세라는 것이 있어서 파괴되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하니까.
 혼자서 아담한 산을 한바퀴 돌아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 오다 보면 친구 <김진수>네 집이 있다. 집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호두나무에는 호두가 올망졸망 가지가 휘어지게 달려 있고 나무 아래는 평상이 놓여 있다. 그 자리에 앉으면 성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이 에어컨 바람보다 더 시원하다.
 언젠가 그 날도 아침 일찍 성에 올랐다가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친구네 집 앞에 다다르니 벌써 아침 식사 시간. 친구 어머니와 며느리 장미씨는 반갑게 나를 불러 들여 아침밥을 내어 주신다. 사양 한 번 없이 초대를 받은 사람처럼 얼른 들어가 염치도 없이 밥상앞에 둘러 앉아 맛나게 아침식사를 했다. 마치 우리 어머니가 예전에 차려 주신 밥을 먹을때처럼 당연한 듯이...♬
 생전에, 갑장이라고 우리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셨던 진수 아버님을 떠올린다. 내가 서투른 솜씨로 텃밭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시면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가르침을 주시던 분.
고향에서의 푸근하고 다정한 모습들을 대할적마다 마음속에선 감사함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오래 동안 객지에서 살다 귀향을 한 내겐 친구가 몇 없는데 대구에서 살다 연로하신 시부모님을 모시러 들어 온 장미씨 역시 친구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런데 반갑지 않은 외로움이란 손님이 다리를 놓아 우리는 친구가 되어 어쩌다 가끔은 외식도 하고 저녁이면 밤길을 걸어 자주 산책도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애교섞인 대구 사투리와 억양이 튀어나오면 순간순간 반갑다. 왜냐면 나도 고향에서보다 경상도에서 오래 살았으니까.
 천 평이나 되는 밭에 별거별거 다 심어 놓고 일을 하는 그녀는 햇빛을 받았는지도 모르게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피부를 보여준다. 삼십분만 햇빛을 받아도 시커멓게 변해 버리는 나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아 피부 열등감에 빠지도록 만드는데...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부럽다 못해 가끔은 짜증이 나기도 하는 걸 보면 나이를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게 나도 여자이긴 한가 보다.(^^;;)
 농사를 지어 소득을 올려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매달려 일을 하느냐고, 대충하면 안되냐고 내가 핀잔을 주면 그녀는 언제나 싫은 기색 하나 없이 환하게 웃으며 대답한다.
“어머님께서 즐거워 하시라고~”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고통을 겪으시는 시어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려고 그렇게 심고 가꾸는 것이라고 한다, 예쁜 여자한테 장가갔다고 온 사방에 소문이 났었는데 그런 아내를 이렇게 산속에 두고 친구는 뭐하는 거냐고 어쩌다 내가 험담?을 하면 장미씨는 그저 빙긋 웃고 만다. 대화가 이 모양이니 뒷담화도 산넘어 물건너~^,^
 두 달 전, 그녀에게 갔더니 율무씨앗을 심겠다고 준비를 하기에 돕겠다고 나섰다. 처음 해 본 일이었는데 눈 여겨 보았는지,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손이 재빠른 것 같아. 우리 딸도 그렇거든” 그러면서 피아노를 전공했다는 대구 사는 둘째 딸을 그리워했다.
 채근담(菜根譚)에, ‘말 한마디가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 된다’ 라는 구절이 있다. 그녀를 만나서 이야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따뜻함과 후덕함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편안한 심성(心性)이 부럽다.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내 친구 김진수에게 새삼스럽긴 하지만 인사를 하고 싶다. 장가를 잘 갔다는 소문도 오래 가더니, 지금은 내게 좋은 친구를 보내 주어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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