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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시절은 사라져도 ~~
[1433호] 2019년 06월 27일 (목) 김종례 (시인, 수필가) webmaster@boeuni.com

 눈길이 닿는 곳마다 발길이 멈춘 곳마다 저마다 피어난 여름꽃들이 손짓하던 6월이 지나간다. 온 누리에 화사하게 피어나던 4월의 꽃들이 봄의 전령사였다면, 요즈음 피어나는 여름꽃들은 열정의 화신 그 자체이다. 오늘은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나무 등걸 뒤에 숨어서 핀 한송이 야생화를 만났다. 마치 잃었던 보석이라도 찾은 양, 우주의 텔레파시가 안겨오며 영혼이 살찌던 순간이다. ‘올라갈 때 못 보았던 꽃 내려올 때 보았네’라고 노래한 시인의 심정이 이런 걸까 싶다. 커다란 고목 아래서 힘겹게 자라난 새 아기나무도 소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해를 먹으며, 비를 마시며, 바람을 껴안고 자라난 아기나무가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가끔은 생명부지를 위해 기도의 옹알이를 내뱉으며 얼마나 조마조마 애가 탔을지~~ 떡갈나무 잎새 위로 심장을 팔딱거리며 불어오던 바람이 가르쳐 준다. 소리 없는 바람 연주에 풀벌레 사그락대고, 바스락대는 추억의 나레이션 가득한 6월의 숲길이다. 젊은 날 첫사랑 첫 만남의 순간처럼 내 가슴에도 산나리 한 송이 한들거리는 하루였다. 
 지금 숲은 수 많은 천적들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처절한 몸부림의 숨바꼭질 분주하다. 마치 싱싱한 횟감을 건져내는 광활한 바다처럼 활기 가득한 6월의 숲이다. 소망과 열정과 생존의 몸부림이 물결치는 진록빛 숲이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아직은 할 수 없는 일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지 않겠느냐며 … 실핏줄까지 탱탱해진 만삭의 몸을 호수에 담궈 반신을 식히면서, 결실의 계절을 향하여 함께 가자고 내 영혼을 흔들어대는 요즘이다. 
 내 정원도 마찬가지다. 씨앗의 혼들이 침묵을 깨고 부활의 꿈을 펼치던 5월이 소망과 감동의 순간이었다면, 잎이 되고 꽃이 되어 제 신분을 세상에 알리느라 분주했던 6월의 정원은 열정의 도가니다. 해마다 잊지 않고 얼굴 내밀어 나를 묶고 있던 마음의 쇠고랑도 느슨하게 풀어주며 숨통 터지게 하는 작은 정원이다. 꽃 그네에 매달려 허공을 떠도는 저 아우성을 듣노라면, 우주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며  삶의 의욕이 재충전되는 요즘이다. 한련화, 가시허브, 인동초, 으아리, 천인국, 금계국, 접시꽃, 그리고 땅장미와 제라늄까지 어우러진 정원에는 새떼들도 가득하다. 밤새 이슬같은 꿈을 꾸며 찾아오는 6월의 아침은 가슴이 오싹하리만치 찬란하다. 꽃 시렁 위에서 넝쿨장미 수 백송이 우루루 뜸을 뜨며 신음하던 한낮의 작열함은  절정을 넘겼으나, 숙명적인 사명의 화신 선열들의 영혼이 꽃잎으로 피어나는 황혼은 아직도 아름답다. 우주만물의 생존의 법칙과 조물주 창조의 열정이 충만함으로써, 날마다 샘물처럼 차오르던 소망과 무아의 기쁨 가득했던 6월도 이렇게 지나간다. 이제 태양의 고도는 점점 기울어지고 열정의 메시지를 안겨주던 넝쿨장미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으니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험난한 좌충우돌이나 우여곡절의 고비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고 반전의 인생을 사는 모든 이를 꽃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 6월의 아침 햇살마냥 세상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그 사람 안에 충만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고 노래하지 않았는가! 너와 나, 우리 모두는 서로의 가슴에 한송이 꽃으로 다시 피어나야 할 이 시대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태양의 고도가 기울기 전에 제 할 일 다하려고 몸부림치던 저 진록빛 꿈은 우리 인생의 젊은 날이었을 터이고… 머지않아 자신을 비워 생명을 감싸 안으려는 치열한 광합성의 작업은 자식을 위한 부모들의 희생의 여정이므로 그러하다. 우리네 삶이 아무리 진부하고 무겁다 할지라도, 너와 나 우리 모두는 서로의 이름을 열심히 불러줘야 할 이 시대이다. 사랑과 소망의 꿈이 꽃의 언어로 다시 피어나 가슴이 터질 듯이 충만했던 계절은 사라져도, 열정의 도전장을 쉽게 포기하지 는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네 삶의 고비마다 품어왔던 열정의 깃발을 다시 내걸어야 할 지금이기 때문이다.
 보은신문 독자 여러분!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난 금계국이 실바람에도 하늘대며 청순한 미소를 보내는 요즘입니다. 천진난만하게 흔들리는 꽃잎을 스치노라면 성품이 온유한 소녀를 만난 듯, 가슴이 따뜻해지며 평화가 스며듭니다. 아무리 힘겨운 시대라 할지라도 자아를 성찰하는 자세로 마음의 꽃잎을 힘껏 피우시기 바랍니다. 6월의 숲과 정원처럼, 노오란 미소 금계국처럼 서로의 영혼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의 남은 여정길이 푸른 기상과 붉은 열정으로 가득하시어 사랑과 행복의 꽃마차에 동승하시길~~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가득 품으시길~~ 기원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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