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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욤잎 차 만들기
[1430호] 2019년 06월 05일 (수) 홍근옥 (회인해바라기작은도서관) webmaster@boeuni.com

회인의 해바라기 작은 도서관에서 실시하는 행복교육지구 수업 6회차, 오늘은 오랜만에 도서관을 벗어나 야외에서 고욤잎차를 만들기로 했다. 자연과 마을, 그리고 일상이 교육의 현장과 다를 수 없고 어쩌면 더 넓고 생생한 책이요 도서관이 아닌가?
여섯 살부터 6학년까지, 모두 15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장소는 눌곡리의 우리 집, 강사로는  남편에 아들까지 자원봉사로 나섰으니 온 집안이 동원된 셈이다. 먼저 텃밭 둑에서 고욤나무 잎을 딴다. 시골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열매를 먹는 것도 아니어서 잎을 딴다고 누가 뭐랄 사람도 없다. 이 흔하다 못해 버려지다시피 한 나뭇잎으로 맛있는 차를 만든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따뜻한 오전 햇살 아래, 아이들과 함께 고욤 잎을 따서는 깨끗한 물에 씻어 채반에 널어놓았다. 이제 물기가 걷히는 시간 동안 차를 마시면 된다. 미리 만들어 놓은 고욤잎차를 따끈한 물에 2-3분 우려내면 살짝 붉은 기가 도는 황금색 차가 완성된다.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시음을 했다. 사실 고욤잎차가 맛있다고 하지만 그건 차를 마셔본 어른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터, 달달하고 톡 쏘는 음료수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맛있을 리가 없다. 몇몇은 맛이 없다고 찡그리기까지 하고 몇몇은 집에서 차를 마셔 봤는지 맛있다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한다.
 차를 마시는 것은 여러 가지로 우리에게 이롭다. 우선 따뜻한 물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
만으로도 우리 건강에 좋다고 한다. 거기에 약하게나마 식물의 이로운 성분들을 우려내어 마시니 다양한 약리작용도 있다. 소화를 돕거나 장부를 튼튼하게 하거나 노화방지 효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차의 이로운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선 따뜻한 차를 음미하면서 조금씩 나누어 마시면서 마음이 차분하고 고요해진다. 술이 사람을 흥분시키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또한 차를 늘 마시면 미각이 순해지고 예민해진다. 맵고 짜고 달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자연스러운 맛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차를 함께 나누어 마시면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고 조금씩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마법과도 같은 효과가 있다. 한두 잔으로는 어렵지만 밤늦도록  차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상대방과 깊이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차를 마시는 습관만으로도 행복의 조건 하나는 갖춘 셈이다.
 차를 마시면서 이런 내용의 강의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고욤 잎에 물기가 걷혔다. 이제는 차를 덖을 차례, 넓고 두꺼운 양은 냄비를 중불에 올려놓고 긴 소매에 면장갑을 두 겹으로 끼고 슬쩍슬쩍 뒤집어가며 차를 덖는다. 불이 너무 강하면 푹 익어서 뭉그러질 수 있으니 그야말로 적당한 온도로 요령 있게 덖어야 한다. 덖은 후에는 면장갑을 낀 채 대바구니에 대고는 마치 빨래를 하듯이 비비는데 이를 유념한다고 한다. 잎의 얇은 껍질을 부수어서 우러나기 쉽게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취향에 따라 차에서 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날 때 까지, 다시 말해서 완전히 건조될 때 까지 8-9번 반복할 수도 있고 한 두 번 만 하고는 그늘에서 말리기도 한다. 덖는 과정은 남편이, 유념은 아이들이 맡았다.
 간식을 먹으며 차 강의가 이어진다. 이런 차를 스스로 만들어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여러분 밖에 없다. 대부분의 도시 사는 사람들은 누릴 수 없는 우리들만의 특권이다. 여러분이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마지막으로 미리 만들어 놓은 고욤잎차를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강의를 들은 아이들 중에 몇 명이나 차를 마실까? 또 그중에 몇 명이나 스스로 차를 만들까? 아마 대부분은 잊고 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차와 시골생활의 행복에 대한 작은 씨앗들이 아이들 가슴에 한 알씩 떨어졌음을, 그리고 누군가의 가슴에서 그 씨앗이 자라서 언젠가는 더 큰 행복의 씨앗이 뿌려질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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