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5월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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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월을 보내며~~
  • 김종례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5.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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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가정의 달 5월이 왔는가 싶더니 어느새 가버린다. 그런데 오늘 아침 TV 자막에 떴던 뉴스 중, 존속 및 비존속 살해 상해 사건이 5건에 달하였다. 세월은 좀도 먹지 않고 고장도 없이 달려오더니 이상한 밀레니엄 세대 속으로 우리를 가두어 놓았다. 라이프 스타일이 공동체에서 개인적 체재로 변환되고, 강한 개성과 이기적 사고가 팽배히 작동함으로써 본능적, 물질적 쾌락의 추구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도덕 윤리관이 무너지고 무엇보다도 경제력을 중시하는 막다른 골목에서 벌어지는 범죄인지라, 그 누구도 정신이 혼미해짐을 부인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X세대가 황혼으로 밀려나고 Y세대가 중천의 태양이 되었다 하더라도, 가족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어야 할 불변의 존재임은 부정할 수 없는 진리일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서로가 나누고 싶은 선물은 결코 좋은 음식, 좋은 옷, 값진 물건이 아니라, 진실하고 따뜻한 가슴에서 나오는 감사와 격려와 배려의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이다. 점점 마음의 선물이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진정한 효심은 무엇일까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예로부터 가정마다 효심이 가득한 나라는 저절로 태평성대가 이뤄진다고 전해온다. 윤리 도덕관의 근본적 틀이 굳건히 자리매김함으로써, 가족애와 효심이 국가애, 인류애의 원동력이 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정신은 인간적인 사랑의 극치이며 도리의 경지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아무리 진부하고 완악한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생의 마지막 순간에 지켜 줄 사람은 역시 내 가정 내 가족뿐이기 때문이다. 우리말 중에 ‘철(哲)난다’는 말이 있다. 영혼이 성숙하여 부모 생전에 철이 난 사람은 효도를 할 수 있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야 철이 드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결혼도 하기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평생 애석함과 씨름하며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다. 엄마. 어머니. 어머님…… 작별의 인사도 없이 홀연히 가시더니, 평생 애타게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었다. 원래 행복은 사라진 후에야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니까 그러한가 보다. 돌아가신 후에야 모든 부모님의 철학이나 소중한 판단력이 보석처럼 반짝이며 자식을 깨워주니까 그렇다. 그러기에 부모 생전에 철이 들어서 깨달음에 도달한 자만이 최고의 효도를 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 아닌가!
 지난 어버이 주간에 세계의 디지털 광장에서 보여준 짧은 한 커트가 우리의 심금을 울려줬다. 중국의 어느 부자가 구순의 노모를 태운 가마를 직접 메고 험한 등정길에 오르는 광경이었다. 노모가 젊었을 때부터 가보고 싶다던 높은 산 정상을 직접 가마를 메고 오르는 아들의 모습이 세계인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 주었다. 이처럼 최고의 효도는 부모의 영혼에 안식과 위로와 기쁨을 안겨줌에 있을 것이 분명하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가지가 잠잠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효도를 하고자 하나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라는 한자 숙어를 다 함께 새겨볼 5월이 가고 있다. 성경에도 부모님을 살아계신 하나님이라 가르치시며, 말씀 구절구절 가족애의 당위성을 강조 피력하셨다. 내 부모의 자녀로 태어나서 살다가 또다시 내 자녀의 부모가 되는… 자연 섭리의 순환법칙이야말로 원초적인 축복의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가정을 영위하는 일은 사계절 내내 씨를 뿌리고 돌보아야 꽃을 피울 수 있는 정원을 가꾸는 일과도 유사하다 할 것이다. 평상시 부모의 안부에 소홀하던 자식이 어버이날에 하는 전화 한 통이 무슨 의미를 부여하랴~~ 그러기에 가정의 달의 의미와 초점을 5월에만 국한 시키는 일은 심히 우려되는 사안이라 할 수 있다. 대신 5월에는 용서라는 마술사를 작동시켜 가족관계 회복의 달, 깨달음의 달로 부각시키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오월의 저 녹음처럼 튼실하고 안전한 그늘막을 남겨야 하기에 정녕 그렇다. 다시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보은신문 독자 여러분의 가정마다 건강, 평화, 행복이 충만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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