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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밑, 우리 동네는
[1426호] 2019년 05월 09일 (목) 박태린 (청주한음클라리넷오케스트라) webmaster@boeuni.com

춥지도 않고 너무 덥지도 않은 날, 지난 해 남겨 두었던 이야기들을 꽃들은 사방에 피어나 알리고, 바람은 많은 꽃들의 사연을 여기 저기 실어 나르느라 바쁘다. 벌들은 잉잉거리며 날아든다. 바로 5월이다. 얼마나 좋은 달이면 계절의 여왕이라 했겠는가? 어린이날이 있었고, 생각만해도 눈물까지 더해져 심쿵! 해지는 어버이날이 어제였다.
 우리 동네에서는 지난 해, 출장부페를 불러 경로당에서 잔치를 벌였는데, 이번엔 보은을 떠나 청주 근교로 외식 나들이를 갔었다. 전날 저녁, <박대현이장님>께선 느릿느릿한 말씀으로 “성주리 1반 주민들께서는 꼭 참석해 주세요”라는 방송을 하셨는데, 당일 아침에는 <홍임표 부녀 회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넵~! 반드시 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네를 위해서 뭘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데 행사때마다 잊지 않고 불러 주시니 이렇게 죄송하고도 고맙고 황송할 수가.......♡
 동네 어르신들은 지난 날, 내 부모님의 친구들이셨고 이웃이셨다. 동그란 챙이 달린 흰 모자를 쓰신 연심이네 어머님, 몸이 편찮으심에도 밝은 미소를 띄고 계신 내 친구 김진수씨 어머님과, 사촌지간인 만수 어머님. 작은 몸집의 병곤이 어머님. 예쁜 베트남 처자와 결혼을 하고 귀여운 아기까지 얻어, 보은 읍내 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베트남식당>를 하고 있는 용이 어머님도 봄처럼 고운 색깔의 옷을 입고 오셨다. 그 중에는 우리 동네로 귀촌하신 분들도 몇 분 계셨다.
 지난 시절,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우리 집 앞을 지나 등하교를 하던 <이용식>, <조흥래> 오라버니들도 보였는데 두 분 모두 공직에서 물러나 지금은 한가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 듯 했다. 대추농사에 전념하시는 <조억래> 오라버니는 애연가라네요? 에구구~~~^*^
 어느 사이 시간은 흘러 지금은 내가 성주리 1반 외식 모임에서 세 번째로 나이가 적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김응선군의장>의 아내로 50초반의 가장 젊은 박상윤씨는, 막내답게 잔심부름을 맡아 하고 있다. 이럴 땐 게으르기론 당할 사람 없는 내가 막내 아닌게 정말 다행~ㅋㅋ
 풀코스 유황오리 고기를 모두들 맛나게 드시는데 갑자기 “우리 사랑하는 아내에게 술 한 잔 따라주고 싶다” 라는 쇼킹멘트를 휙~! 날려서 모두들 깜짝 놀라게 하신 분은 평소 무뚝뚝하신  82세 만수 아버님. 친구 아내<이장미>씨는 “작은 아버님 이런 모습 난생 처음이예요~!” 하면서 박수를 쳤다. 내친 김에 아저씨는 모든 동네 여인들께 음료수와 술을 한 잔씩 돌리셨는데 덕분에 필자도 소주 한잔 하사 받는 영광을 안았다.ㅎㅎ.. 절대 잊을 수 없는 하일라이트~!
 이제 사흘 후면 석가 탄신일. 돌아가신 어머니께선 절을 가끔 다니셨는데 어머니의 불심(佛心)이란 단 한 가지 자식들의 안녕(安寧)이었다. 원하는 것을 비는 것은 샤머니즘이라고 핀잔을 드리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평생은 오로지 자식을 위한 마음뿐이셨던 것이다.
 불자들에게는 인도 성지여행 코스인, <죽림정사>와 함께 불교 최초의 양대가람이며, 석가모니가 생존하였을 때 자주 머물면서 설법한 곳이라는 <기원정사>(祇園精舍)와, <녹야원>(鹿野苑)에 들린 적이 있다. 그곳엔 고목의 보리수나무가 많았고 열매로 만든 염주가 특산품이었다. 그 염주를 어머니께 사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몇 푼이라도 더 싸고 좋은 것을 찾겠다고 욕심을 내다가 그 지역을 벗어나게 되었고, 결국 그냥 돌아왔다. 그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못한, 내 일생에 가장 후회스런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렇게 한심하고 어리석은 딸을 위해 어머니께선 평생 기도를 하셨으리라 생각하면 너무나 죄송하고 부끄럽다.ㅠㅠ
 초파일엔 세 군데의 절을 돌면서 연등을 보시하면 좋다는 풍습이 있다는데 어머니께서 다니시던 절이 있다. 우리 동네 <삼년성>절과 교사리의 <대정암>이다. 대정암은 읍내서 차로 5분이내 거리로 구불구불 암자 초입을 들어서면 호랑이가 튀어 나올 듯 갑자기 깊은 산 속이 된다. 어쩌다 암자를 들리면 그림을 그리시거나 검은 묵을 갈아 글씨를 쓰시는 <혜법(慧法)스님>의 풍채 좋은 모습이 보인다. 올해도 다 쓰지 못한 글이 있다면 지나가던 바람은 그 사연을 기억했다가, 내년에 다시 암자 마당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도록 따뜻한 바람을 불어 주겠지. 나도 올해는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노래를 연주하고 싶다. 신(神)을 감동시키는 가장 큰 기도는 음악이라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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