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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정이품송 자목 논란
<389>
[1424호] 2019년 04월 25일 (목) 최동철 webmaster@boeuni.com

 최근 보은군의 기발한 착상으로 재배에 성공하여 상품화한 정이품송 자목에 대해 ‘유전자 형질’ 등 딴지 걸고 나선 이들이 있다. “유전형질 99,9% 일치는 거짓” “자목 100만원은 터무니없는 가격” 등을 주장했다.

 일부는 맞지만 대개는 ‘트집 잡기’라 치부할 수 있다. 정이품송의 유전형질 복제나 꺾꽂이로 생산한 자목이 아니니 ‘유전자(DNA) 99.9% 일치’ 주장은 엉터리일 수 있다. 허나 그렇다 해서 정이품송의 솔방울로 싹을 틔워 생산된 2세대 자목의 혈통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소나무는 암수 꽃이 한그루에 피는 자웅동주다. 암꽃은 순의 위쪽에, 수꽃은 아래쪽에 위치한다. 꽃피는 시기도 서로 다르다. 같은 소나무의 수꽃가루로 자가 수정되는 진화의 역행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소나무는 인근 소나무와 송홧가루를 서로 주고받는다.

 그래서 논란을 제기한 이들은 이 점을 근거로 든다. 즉, 소나무는 타가수정을 한다. 다른 소나무에서 날아온 수꽃가루와 수정한다. 고로 정이품송의 솔방울에서 싹을 얻었다 해도 최대 50%정도만의 모계 유전자일 뿐 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한 예를 들어보자. 이를테면 조선시대 때 공을 세워 ‘태양 달’씨라는 명문가를 창시한 시조의 직계혈통을 이어받은 20세손이 있다 치자. 20세손인 ‘나’의 부모는 두 분이다. 조부모는 몇 분인가. 네 분이다. 증조부는 여덟 분이다.

 이렇게 세대를 거듭해 올라갈수록 나의 생물학적 조상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는 ‘나’가 수없이 많은 조상들의 유전형질로 섞여진 자손이라는 것을 뜻한다. 정작 시조의 직계혈통이라 하더라도 그 분의 99.9%는 커녕 단 10%의 유전형질조차 이어받았다는 보장이 없다.

 ‘나’보다 20대 위로 거슬러 본 조상의 숫자는 자그마치 104만8576명이다. 이 중 겹치는 조상들도 있을 것이다. 이를 감안해도 수많은 조상들(태양 달씨 뿐만이 아닌 김 이 박 최 정 씨등등)이 있는 것은 변함없다. 하지만 ‘나’는 변함없이 ‘태양 달’씨의 직계장손으로 인정된다.

 20대를 거친 ‘나’도 이럴진대 정이품송의 자목은 불과 2세대다. 멘델의 우성 열성유전인자 중 우성형질만이 나타난다는 ‘우열의 법칙’. 우성의 잡종1세대를 교배하면 우성 열성의 일정한 비율로 분리된다는 ‘분리의 법칙’. 유전자는 각각 독립적이라는 ‘독립의 법칙’을 거론할 필요조차 없이 일단 50% 정도 비율의 정이품송 유전인자를 보유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이품송 자목은 뭐니 뭐니 해도 천연기념물 103호 정이품송의 직계혈통을 이어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귀한 소나무를 높이 3~4m, 밑동 지름 10~15㎝ 정도가 될 정도로 10년간 애지중지 가꿨으니 그루당 ‘100만 원’의 가격 또한 비싸다 할 수 없다.
 가치는 본디 스스로가 가진 귀한 본성에 있다. 혹여 너무 비싸다한들 무슨 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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