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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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 DJ)
  • 승인 2019.03.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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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을 모르는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것은, 또한 그 길에서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가장 중요한 것은 기다림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그런 진리를 깨닫는 것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인 것을 인지하는 것은 거의 모두 느끼는 공통점일 것이다.
 지난 2018년은 내게 엄청나게 바쁘고 시련이 많았던 한해였다. 5년 전 어머니와의 이별에 이어, 급성 폐렴에 걸리신 아버지도 말 한 마디 남기시지 못하고 입원하신지 5일 만에 떠나 가셨다.
 주말이면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를 모셔와 드라이브도 하고 맛집에도 가고, 볼 때마다 안아드리고,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하곤 했다. 위태위태하게 삶을 지탱하고 계셨던 아버지는 내게, 잠자는 시간만 빼곤 가라앉히지 못하는 절실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때 신에게 선물 받고 싶은 음성 하나, 아버지가 치매에서 치유되시고 함께 지낼 수 있는 좀 더 많은 시간을 내게 주십사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닥쳐 올 상황에 대한 이별연습을 하면서도 그래도 기적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 모두는 생과 사 앞에서는 유한(有限)한 생명을 안고 태어난 나약한 인간이니까...
 “아버님 가실 적엔 네 품에 안아서 보내 드려”. 종곡리에 사는 친구<김응선>의 말대로, 떠나가시는 아버지를 안고 눈물범벅이 되어 두서없는 이별의 인사를 드릴 때, 말을 하실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아버지는 대답대신 눈물을 비추셨다.
  “저의 아버님과 연배도 비슷하시고 병세도 상황도 똑 같으신데, 저는 가지도 못하고 누님과 동생들이 번갈아 가며 15일째 지키고 있답니다.” 아버지 주치의셨던 <1내과 전대형 과장님>의 말씀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분도 나 못지 않게 더 힘든 시간을 견디고 계시는구나...
 톰 행크스가 주연인 <터미널>이란 영화에서 주인공은, 재즈광이었던 아버지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도착한다. 아버지가 좋아했던 57명 색소폰 연주자들 중 싸인을 받지 못한, 단 한명의 싸인을 받기 위한 여행인데, 그는 불행하게도 공항에 9개월을 눌러 앉아 살아야만 하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전설의 색소폰 연주자 베니골슨(Beyyn Gloson)이 킬러 조(Killer Joe)를 연주하고 있는 카페에서, 빅터는 마침내 57번째 색소폰연주자 베니골슨의 싸인을 받아낸다. 영화는, 사랑스런 플룻(flute)과 경쾌하고 매력적인 클라리넷의 소리가 합쳐져 해피엔딩을 나타낸다. 이 또한 기약 없을 것만 같은 기다림이 만들어 준 선물이었다.
 이렇게 기다림이란, 어떤 방향에서는 희망이라는 불씨를 안고 견디어 내는 사람에게는 선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해서, 풀리지 않는 삶 속에서 사람들은 기다림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말을 하게 되나 보다.
 이 영화는 2004년 프랑스 공항에서 16년을 살고 있는 <터미널>의 실제 모델인 이란인<메르한 카리미 나세리>에 대한 사실적인 기다림을 소재로 했고, 신문에 실려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여서 더욱 공감이 되기도 했다.
 아버지 가신지 두 달 보름, 한 번만이라도 꿈속에서 보고 싶은 간절한 기다림은 기차의 선로처럼 평행선이 되어 따라 다니며 아프게 하고, 드라마 <주몽>의 애절한 OST 가사가 가슴속을 후벼 파 내곤 했다. <단 한 번만이라도 그 손길 잡아 봤으면...>
 그런데 몇 일 전 2월 28일, 거짓말처럼 새벽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맙다”라는 한마디. 일어나 앉아 동이 틀 때 까지 울었다. 연명치료를 하겠느냐는 의사선생님 질문에, “떠나시는 것은 더 할 나위 없이 슬프지만 그렇다고 이 고통을 보면서 살아 달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라고 연명치료 거부동의를 했기에, 그것이 잊기 힘든 죄스러움과 그리움, 고통으로 남았던 것이었을까? 아버지의 나직한 한마디를 듣고 나를 용서하셨나 보다 하고 비로소 안도했다.
불효를 용서받고 싶었던 큰 딸의 간절한 마음을 아버지는 진정 아신 것일까?
 이 지면을 빌어 많은 치매 환자분들을 보살피는데 정성스런 손길을 아끼지 않으시는 <인우원 정명선 원장님>이하 여러 직원 여러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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