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감사원 감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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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감사원 감사청구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9.02.1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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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고을소식지 발행을 둘러싸고 치고받는 게 화끈하다. 보은군과 보은군의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은군의회가 지난해 말 대추고을소식지 한해 예산 9000만원 전액을 삭감한 것에 대해 보은군이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알권리 무시와 조례에 어긋난 행위’라고 대응하자 보은군의회도 간부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감사원 감사청구로 맞불을 놓았다. 보은군과 보은군의회가 협치 아닌 한 대 치면 같이 한 대 때리는 치킨게임을 하는듯한 양상으로 가고 있다. 두 기관의 대화 없는 과한 충돌이 주민 눈에 고울 리 없다.
김응선 보은군의장은 지난달 25일 감사청구 이유에 대해 “권한에 따라 적법하게 예산을 심의했음에도 보은군 소속 간부공무원 27명이 대군민 호소문을 통해 군의회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는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자치단체의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기관을 감시하는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보은군의회는 견제와 감사의 대상기관인 집행부 고위공무원들이 공개 반박한 초유의 집단행동에 대해 지방자치법의 취지를 부정하는 불법적 행태로 간주했다. 김 의장은 “의회의 기능과 권한에 따라 결정하는 결과는 군민이 평가할 몫”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적으로 군민갈등을 유발하는 집행부 고위공직자의 기자회견을 선동한 주동자와 그 배후가 있는지 조사 및 감찰을 통해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은군의회의 설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추고을소식지 예산을 삭감한 명분이 의아하다. 의회는 “편집위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등 객관적인 정보가 소개되지 않고 있다”고 삭감사유를 제시했지만 편집위원들은 “편집권한을 침해받지 않았기 때문에 보은군의회의 주장은 일방적이며 명예훼손”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편집권한을 놓고 진위공방이 나오는데 의회는 ‘편집위원들이 권한을 침해받았다’는 확실한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또 객관적인 정보가 소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회는 입증 대신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 증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동안 발행된 대추고을소식지를 갖다놓고 무엇이 편향된 정보였는지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판단을 못할 정도로 주민은 바보가 아니다.
또한 의회는 집행부를 견제할 행정사무감사와 군정질문이란 수단이 있다는 점도 간과했다. 8대 군의회 출범도 반년이 지났다. 지난 12월 펼쳐진 행정사무감사를 이용할 수 있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감시권한이 쥐어졌음에도 남의 힘을 빌린다면 주민대표는 왜 하며 정작 역할이 뭔지. 의원들에게 주어진 주요 책무 중 하나인 행정사무감사는 하나의 요식행위 인 것인지. 또 조례를 제.개정하는 군의원 자신들은 조례를 위반하면서 군민들에게는 조례 이행을 얘기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다.
집행부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대추고을소식지 예산을 삭감한 보은군의회의 논리가 와 닿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예산 삭감.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예산삭감을 함에 있어 주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타당성과 설득력이 가미되어야 한다. 전직 모 군의원의 말처럼 삭감조서를 낼 때 감정에 따라, 또는 품앗이 하듯, 정쟁하듯(이번 감사 청구안도 한국당 소속 의원 반대, 민주당 의원 전원 찬성) 즉흥적으로, 졸속적으로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어찌 보면 이번 감사원 감사청구는 본질보다 절차적인 문제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회와 집행부 간의 감정적 대립은 주민에게 피로감만을 안긴다. 신뢰도 얻을 수 없다. 집행부도 대추고을소식지 발행의 필요성을 설득시키지 못한 잘못이 있다. 의회도 대안 제시 없이 발목만 잡는다는 소리가 다시는 안 나왔으면 한다. 만일 감사원 감사청구에서 기각이 나오면 어쩔 텐가. 해마다 소통에 방점을 두겠다는 두 수장의 언급이 이번을 기점으로 정말 빈말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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