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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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선물♡
  • 박태린 (보은전통시장 음악방송DJ)
  • 승인 2018.12.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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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분간의 완전한 클라이맥스라고도 표현하는, 〈Bohemian Rhapsody〉라는 영화가 요즘 히트를 하면서 주인공들이 부른 노래도 다시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영화는 70~80년대 당시, 영국엔 여왕이 둘이라고 했을 만큼 전설적인 영국 록그룹 퀸(Queen)과 메인 보컬리스트 리드싱어였던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과 그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대표곡 중 하나로 1975년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앨범 (A Night at the Opera) 의 수록곡이다. 프레디가 작사, 작곡한 이 곡은 아카펠라, 발라드, 오페라, 하드 록 등 전혀 상이한 장르들을 조합한 특이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퀸 그룹이 세계적인 밴드의 반열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곡이기도 하다.
 내겐 12월의 선물로까지 여기게 된 이 영화는 이 달이 채 반도 지나기도 전 두 번을 볼 만큼 감동적이었는데, 첫 회는 대학시절 카톨릭 학생봉사회에서 같이 활동한 적이 있었던 친구들과 함께 했던 부산에서였다. 오래 전 여름방학 <사랑과 봉사>라는 이름으로 갔었던 곳은 경남 산청군에 속한 한센인 마을이었다. 그 곳에서 우리는, 평생 잊지 못 할 선물을 가슴속에 새겨 넣고 돌아 왔었다.
 의대생들은 한센인들의 상처를 돌봐 주고 그 밖의 학생들은 환자촌의 일을 도왔는데 나는 미사 시간마다 오르간으로 성가를 반주하면서 악보를 읽지 못할 만큼 눈물이 흘렀다. 성당 내부의 1층에는 환자들이, 2층은 성심원을 찾은 일반인들과 봉사자들이 있었다. 간절하게 기도하며 성가를 부르는 한센인의 소리외, 2층 일반인석에서는 나지막하게 흐느끼는 소리들이었다. 그들은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로하러 왔다가 자신들에게 처해진 상태를 감사하게 여기며 살고 있는 그들에게 오히려 위로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눈이 없는 사람의 손을 잡아  인도하고, 다리가 성한 사람은 다리가 없는 사람이 앉은 휠체어를 밀면서 성당으로 들어 왔다.
 일주일간 봉사활동을 통해 거의 모두가 느꼈다고 고백한 공통점은, 우리가 그들에게 봉사를 한 것이 아니고, 한센인들이 자신의 몸과 생활 전체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해 주었다는 것이었다. 육신이 멀쩡한 사람들은 온갖 욕심으로 마음이 병들었고, 몸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평화로왔다.
 천재적인 뮤지션으로서는 성공했지만 양성애자(兩性愛者)로 살면서 자신을 파괴 시킨 후 절박한 상황에서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하게 되는 프레디, 천형(天刑)이라고까지 표현한 한센인으로서의 처절한 운명을 신앙으로 승화시켜 자신안의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들은 아픔을 겪어냈다는 점에서 닮은꼴 같았다.
 세계인들의 마음은 빼앗았지만 프레디는 행복할 수 없었던 것. 그의 괴로움은 비단 성 정체성 때문만도 아니고, 성공했다고 느낀 삶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행복에 대한 목마름, 외로움이었다. 조로아스터교의 기본 교리인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가르쳤던 인도인 아버지의 뜻을 자신이 파괴되고 나서야 진정 깨닫게 된 프레디. 우리는 욕망과 행복을 너무나 동일시하다가 끝까지 나 자신을 모르고 살다가 가는 것은 아닌지? 누구를 위해 연주를 하느냐고 묻는 연인 메리의 질문에 <부적응자들을 위한 연주를 하는 부적응자들>이라고 답한 프레드.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적응자는 누구이고 부적응자는 또한 누구일까?  영화를 보고 나서 우리는, 이 세상에서 위로 받아야 할 사람, 위로를 하는 사람에 대한 경계는 어디까지인지에 대해, 몇 십 년 전의 기억을 더듬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적당한 거리감, 쉼표 때문이고 사람의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이며 평생 가지고 싶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밥 한끼 먹는 것이 바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이라고들 말한다.
 뮤지션으로는 성공했지만 삶은 불행했던 자신을 이겨나가는 프레디 머큐리와, 학생시절 봉사활동을 통해 오히려 위로를 받았던 생생한 기억들이 나를 돌아보게 해 준 것이, 올해 12월이 내게 준 감동적인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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